경제·금융

10·29 부동산대책 `녹슨 칼`

정부는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10ㆍ29 부동산 종합대책`이란 칼을 빼 들었다. 하지만 칼날은 몹시 무뎠고 녹 투성이였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집값 급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서민들의 무력감 등 현실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이는 정부대책을 꼼꼼히 따져보면 쉽게 증명된다. 우선 1가구3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율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주택 수를 가구수로 나눈 주택보급률이 서울은 82%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가주택 보급률은 50%대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1가구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아무리 주택을 많이 보급해도 공급부족 현상은 시정될 수 없다는 얘기다. 1가구3주택은 명백한 투기행위다. 때문에 양도차익을 전액 환수하는 정책을 폈어야 했다. 또 주상복합아파트 전매제한을 20가구 이상으로 강화한 대책의 시행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유예기간을 둔 것도 문제다. 정부는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 투기를 방관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또 강북 뉴타운을 13개 추가 지정해 강북 지역의 주거환경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것도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시개발방식으로 개발할 경우 한곳당 1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13곳이면 어림잡아 13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정부는 국민주택기금으로 지원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립서비스에 불과한 정책으로 끝날 수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0월31일 대한상의 초청 간담회에서 "부동산 종합대책이 헌법체제 내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대책을 망라해 내놓은 대책으로 결코 약한 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과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시장은 "좀더 지켜보자"는 정도고 재경부 사이트에는 시민들의 불만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시정연설에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서라도 반드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서슬에 긴장한 시장은 "별 것 아니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관료들이 대통령을 `종이 호랑이`로 만들지 않았나 자성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2단계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엄포용이 아니라면 2단계 시행 조건에 대한 명백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장관 등 정부 고위관료들의 30% 정도가 강남에 산다고 하는데 결국 기득권인 관료들이 투기를 잡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한 시민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정배<부동산부 차장> ljb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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