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ㆍ日과 마찰 득될것 없다" 전격양보
22일 미 부시 행정부가 내놓은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제외품목 확대 조치는 유럽연합(EU)ㆍ일본 등과의 철강분쟁을 피하기 위한 미국측의 마지막 카드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관련업계는 향후 세계 무역질서 구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해 철강업체 등 미국 내부의 반발이 없지 않으나, 대세를 또다시 뒤집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무역분쟁 해결의 실마리
이번에 발표된 178개 품목들은 강판, 열연 및 냉연제품, 부식방지 강판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번 제외 결정으로 가장 실속을 차린 국가는 EU 15개국과 일본이다.
미 정부의 발표 직후 일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한 보복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임을 시사했고 EU도 곧 일본의 입장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주요 철강무역 상대국에 대해 화해 제스처를 보인데 대해 상대국도 이를 적극 수용, 철강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첨예하게 대립됐던 철강분쟁이 이처럼 화해무드로 전환되면서 향후 세계 철강산업의 향방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그간 세계 철강산업의 과잉설비가 무역 분쟁을 일으킨 바, 이번 기회를 통해 감산 및 설비 폐쇄 등 세계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수도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적극적인 구조조정만이 철강관련 무역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서서히 형성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 철강업계 반발은 크지 않을 듯
부시 행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 철강제조업체들은 너무 많은 품목을 보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세이프가드의 효과가 반감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철강제조업자협회의 톰 댄즈체크회장은 “대통령이 모든 정치적인 공격을 받고 3월에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 뒤에 다시 그것을 희석시키는 결정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상무부는 “이번에 발표된 178개 품목은 미국 소비자들이 국내 생산자들로부터 충분히 공급받을 수 없는 것들이며 이 품목을 제외하더라도 철강 세이프가드의 효과가 감소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부시 행정부가 철강업체들을 위한 세제혜택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철강업체들의 반발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을 철강제조업체보다는 자동차 등 철강 소비업체들의 입장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오하이오주, 인디애나주 등 주요 철강산업지의 `터줏대감` 의원들이 교체될 염려가 거의 없어 부시 행정부가 부담없이 이 조치를 들고 나왔다는 것.
다만 2004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시기가 되면 부시 행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철강제조업체들의 입장을 수용해야 하는 새로운 카드를 내밀어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