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30일] 미디어법 여당의 속셈

김민기(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

미디어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정상적인 과정으로 통과됐기에 그 효력발휘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최종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그 귀추가 어떠하든 방송에 대한 정부 여당의 속셈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한마디로 말하면‘지상파 죽이기, 종합편성 프로그램공급자(PP) 살리기’다.  지상파 죽이고 종편 살리기 초점
종합편성 PP와 보도 PP가 누리는 혜택이나 지위는 지상파 방송과 동일하다. 케이블TVㆍ인터넷(IP)TVㆍ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실시간 생중계(재송신)를 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상파에는 족쇄를 채운 반면 종편 PP에는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이것은 불공정한 경쟁이자 일방적인 특혜이다. 왜 그런가. 첫째, 종편 PP는 기존 케이블방송과 같이 중간광고가 허용된다. 이번에 개정된 방송법에는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조항만 들어 있다. 지상파가 기대하던 중간광고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니 지상파에 비하면 종편 PP는 유리한 카드를 하나 더 가지고 게임을 하는 셈이다.  둘째, 조ㆍ중ㆍ동 등의 메이저 언론과 재벌그룹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종편 PP의 허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종편의 주주가 된 재벌은 광고비를 자기 소유 매체에 몰아줄 공산이 크다.이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재벌의 미디어 편중지원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셋째, 현행 방송법상 종편 PP는 기존 케이블 PP처럼 직접 광고영업이 가능하다. 반면 지상파는 내년부터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대신해 설립될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영업을 하게 된다. 종편 PP는 매출 증진을 위해‘보도를 연계한 광고주 유치’‘프로그램의 선정성 심화’등 직접영업의 폐해를 발생시킬 소지가 높다. 지상파와 동일한 지위가 부여되는 종편 PP라면 미디어렙을 통한 영업이 강제돼야 한다. 영업과 보도ㆍ편성ㆍ제작의 분리를 통해‘방송의 공공성ㆍ공정성 제고’를 도모하고 담보해야 하는 것이다. 넷째 종편을 살리기 위해 지상파, 특히 KBS2 광고를 줄이는 것은 문제다. 한나라당의 공영방송법안은 수신료를 올려 공영방송 재원의 80% 이상을 충당하고 KBS2 광고를 20% 이하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KBS의 광고수입이 연간 5,000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약 3,000억원의 광고수입을 종편 쪽으로 돌려주겠다는 셈법이다. 단순히 공영방송법을 생각하면 수신료 인상이 타당한 것도 같지만, 종편 PP와의 연관성을 놓고 보면 국민의 수신료를 더 거두는 대신 광고비를 종편 PP에 몰아주는 셈이 된다. 손실은 우리 모두가 보고 수익은 특정인이 챙겨가는 격이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허용하고 재벌의 방송 진입 규제를 푼 미디어 관련법은 우리나라 미디어 지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상파는 종편 PP 때문에 입지가 축소될 것이며 특히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은 고사위기에 처할 것이다. 종편 PP와 민영 미디어렙으로 대다수 신문ㆍ잡지 등은 극심한 경영위기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방송·신문 경영위기 불보듯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미디어 관련법은 그 성과가 다음 대통령 선거 이전에 드러나게 돼 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는지, 여론 다양성은 얼마나 이뤄졌는지 등이 머지않아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직권상정한 김형오 국회의장과 사회를 본 이윤성 부의장이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그때가 돼서는 정권이 책임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책 담당자들의 숙고가 참으로 필요한 소이(所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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