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문 폭주, 휴일도 없어요"<BR>납기 맞추기 위해 생산라인 24시간 풀가동…지난해 12만대 만들어 대부분 40여國 수출<BR>"올 생산량 2배로 늘려 매출 550억 달성"
| 연말연시 휴일도 잊은 채 ‘수출한국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하스퍼 직원들이 풀 가동 중인 생산라인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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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오더 소화를 위해 연말은 물론 연초 휴일도 쉴 수가 없네요. 하지만 세계로 가는 우리 제품을 보면 피곤도 기쁨이 됩니다.”
초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코 끝을 찡하게 하던 구랍 30일 찾아간 중소 디지털TV 제조업체 하스퍼의 경기도 이천시 부마읍 공장(부지 1,500평) 생산라인 직원들의 표정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영동고속도로 이천IC를 빠져나와 3번 국도를 10분간 타고 도착한 이 곳은 후끈한 생산열기가 한 겨울의 냉기를 녹이고 있었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미국ㆍ유럽 등 40여개국으로 내보낼 수출물량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왔다. 공장 한쪽 구석에서는 포장된 수출물량을 컨테이너 차량으로 옮기는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연말 들뜬 분위기와는 아랑곳 없이 생산라인은 풀 가동되고 있었다. 물밀듯 들어오는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을 맞추기 위해서다.
LCD TV 생산라인의 작업자들은 차가운 겨울 날씨에도 반소매 차림이 많이 눈에 띠었고 바삐 일손을 놀리는 직원들의 이마엔 땀방울도 맺혀있었다.
성진영(44) 하스퍼 사장은 “요즘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밀려드는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을 맞추기 위해 지난 달부터 공장을 24시간 풀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TV 업계에서 크리스마스가 지난 요즘은 예년같으면 한가한 시즌이지만 올해는 수출 주문이 3~4배 폭증하면서 생산라인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생산라인 곳곳에는 ‘반드시 납기일을 맞추자’라는 문구가 직원들을 독려하는 듯 했다.
이 같은 분주함은 성 사장의 하루 일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침에 북미법인과의 화상미팅, 오후에 이천공장 생산라인 점검, 저녁에 유럽법인 전화보고 등 쉴 새 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 성 사장은 “연말에 너무 바쁘게 일해서 그랬는지 최근 입술이 터졌다”며 “어제 미국에서 돌아왔지만 내일까지 한국에서 일을 끝내면 바로 유럽으로 출장가야 할 것 같다”며 즐거운 비명(?)을 쏟아냈다.
하스퍼는 LCDㆍPDP TV를 생산,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 2006년에는 약 12만대를 생산해 대부분을 미국ㆍ유럽 등 40여개국에 수출,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과 유럽(네덜란드)에 현지 생산법인을 두고 있으며 직원은 연구인력을 포함해 65명. 주력제품인 LCD TV는 대형(32인치 이상) 제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고 PDP TV는 HD급에 이어 풀(Full) HD 제품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천공장의 월평균 생산량은 1만 대지만 주문이 폭주할 때는 월 1만5,000 대까지 끌어올린다.
요즘처럼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요일 근무에 2교대로 작업하는 등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공장가동률이 150%에 달할 정도다. 최명식 공장장은 “생산제품이 늘어나면서 공장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져 이번 달에는 서울 집에 이틀밖에 못 들어갔다”며 “이번 한 달에만 2006년 매출의 20%에 가까운 80억원 어치를 납품했다”고 귀뜸했다.
이처럼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납기를 맞추기 위해 비싼 운임을 감수하며 항공 운송을 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황성혜 관리팀 이사는 “40인치 이상 LCD TV 1대를 항공편으로 보내면 운임이 300달러(약 30만원)나 들지만 요즘에는 이를 감수하고 비행기로 보내는 물건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LCD TV 바로 옆 라인에는 PDP TV가 한창 만들어지고 있었다. 주로 유럽지역의 대형 호텔에 들어갈 주문형 제품으로 세련된 디자인, 선명한 화질로 유럽에서 호평을 받은 인기 모델이다.
하스퍼 제품이 처음부터 불티나게 팔린 건 아니다. 93년 브라운관 모니터 제조ㆍ수출로 사업을 시작한 하스퍼는 2002년 기존 거래처를 통해 비교적 쉽게 PDP TV를 수출하기 시작했지만 곧 문제가 생겼다. 지역별로 조금씩 달라지는 유럽의 주파수 대역과 공급자별로 다른 미국 케이블TV의 송신방식을 계산에 넣지 못한 것. 수출 직후 기술인력 15명이 모두 미국으로 급파돼 TV를 구입한 230개 가정을 일일이 방문, 수리해주기도 했다.
성 사장은 성공 배경에 대해 “대기업들이 틈바구니 속에서 승산을 높이는 맞춤형 전략을 선택한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하스퍼는 창업 초기의 경험을 살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소형 버스를 이용, 기술직원들이 서너달씩 유럽과 미주 전역을 돌아다니게 한다. 난시청지역을 찾아 수신상태를 점검, 신제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스퍼는 해외에서의 인지도 상승을 바탕으로 새해 디지털TV 생산규모를 2006년의 2배로 확대하고, 매출목표도 100억원 늘어난 550억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경상북도 상주에 제 2공장을 새로 구입했다. 현재 공장 전체를 리모델링 중이며 새해 3월부터 본격 가동, 추가로 12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최 공장장은 “새해에는 생산물량을 24만대로,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50% 선까지 확대하고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수출한국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며 “1월에 연구인력과 생산직원들을 추가로 선발하는 등 2007년을 새로운 도약의 해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