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이념 차이를 줄이는 데 국제무역을 논쟁의 도마에 올리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의 옛 철강산업 지역인 ‘러스트 벨트’로 향하며 각자 경제자문관의 조언보다 칼 로브 전 백악관 정치고문의 전술을 활용하는 분위기다.
로브 전 고문은 지난 2000년 딕 체니 미 부통령에게 자유무역의 환상을 버리고 저가수입품에 맞서 미 철강산업을 수호하겠다는 공약으로 웨스트 버지니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 것을 제안했다. 로브의 말이 오바마와 힐러리의 귓전에도 울렸던 모양이다. 힐러리는 전미노동조합 총연맹(AFL-CIO) 펜실베이니아 지부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중국은 무역 마스터가 아닌 무역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로브 전 고문의 충언 덕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서는 드물게 웨스트 버지니아 주에서 이겼듯 펜실베이니아주도 이런 공약이 먹혀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11월 누가 대선을 승리하든 간에 보호주의는 어리석은 주장임을 깨달아야 한다.
두 민주당원은 유권자들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첫째, 자유무역은 값싼 수입품과 수출시장을 제공해 생산성과 생활수준을 높여 경제에 이득이다. 둘째, 자유무역에서 발생하는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의 해결이야말로 정치인들의 할 일이다. 피해노동자들이 자유무역에 적응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면 두 의원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는 이를 하기 더 어렵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이 수입강철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을 때 세계무역기구(WTO)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규정에 노동자 권리강화 조항을 추가하면 좋겠지만 이는 미 노동자들을 저인건비의 멕시코 노동자들과 견줄 경쟁력이 되지는 못한다. 또 미국이 조항을 변경한다면 상대국도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 할 것이다. 미 노동자들이 필요한 것은 글로벌화된 경제 속에서 적응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을 받는 것이다.
건강보험ㆍ실직수당ㆍ세제정책ㆍ인력투자 등이 그것이다. 힐러리와 오바마는 자유무역을 두려운 존재로 만들기보다는 이 같은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무역에 대한 진실을 알아야 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