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1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해야

대기업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대표 공약이자 중소기업들이 즉각 실시를 강력히 요청하는 ‘원자재 납품단가 연동제’를 중소기업의 주무 부서인 지식경제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 중소기업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지경부의 움직임은 시장 가격결정 기능에 정부가 간섭할 수 없고 물가상승을 자극할 우려 때문이라지만 중소기업계는 친대기업 정책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소기업과의 간담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문제에 대해 제도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불공정하도급 관행을 없애기 위해 납품가 연동제 등 제도적 장치 마련과 중소기업 자금에 대한 획기적 대책 등 합리적 대안 마련을 역설했다. 원자재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대통령의 의지는 최근 정부 업무보고에도 반영, 중소기업청은 이달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오는 6월 하도급관련법 개정을 통해 원자재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경부는 최근 연동제 제도화에 앞서 원재료 가격인상시 사적계약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장친화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표준계약서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중소기업계는 표준계약서 제도가 그동안 얼마나 유명무실하게 운영돼왔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경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와 관련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일련의 중소기업계의 단체행동이 다시 한번 소용돌이칠 수 있음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 대표들이 공장 문을 걸어 잠그고 길거리로 나선 것은 표준계약서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지난 1995년 1월 공정위의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제정돼 사용됐으며 중소기업청의 표준약정서도 1975년 12월 중소기업계열화촉진법 제정시부터 교부하도록 했지만 실제 내용은 계약이행 과정에서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이 중소기업들의 의견이다. 실제 상거래에서 표준하도급계약서는 ‘계약자유의 원칙’ 저해를 이유로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하도급 거래시 대기업의 우월적 교섭력에 따라 단가변동 사유가 발생할 경우 그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47.4%가 대기업의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요구로 경영난을 호소했으며 5년간 하도급 분쟁조정을 신청했던 중소기업의 82%가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불공정 거래관행에 오랫동안 노출돼 피해를 입어왔으며 지경부의 주장에 중소기업들이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올린 대기업들은 환차손, 노조파업에 따른 손실비용, 대기업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비용 및 외국인 주주에 대한 배당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사상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중소기업이 짊어진 단가인하의 결과였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시각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요구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제도권 내에서 객관적 기준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상과 합의로 단가가 결정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지 자동적으로 단가를 인상시켜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소기업들이 요구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국가가 사적 계약에 개입하는 ‘최저임금제도’처럼 중소기업들이 기업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객관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지 결코 중소기업의 이기적인 집단행동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회장단 회의에서 상생협력과 고통분담,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기로 의견을 모은 만큼 정부 당국의 조속한 납품단가연동제 실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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