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를 살까, 소형차를 살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편입된 이후 절약풍토가 확산되면서 차 크기를 줄이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얇아진 주머니로 인한 알뜰소비가 자동차생활 깊숙이 파고 든 것.
현대자동차 「아토스」나 대우국민자 「마티즈」같은 경차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이같은 현상의 반증이다.
그러나 차를 선택할 때는 유지비뿐만 차값, 차의 쓰임새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물론 디자인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IMF시대를 사는 소비자라면 좀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듯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다 부딪힐 수 있는 딜레마 중의 하나가 경차를 살까, 소형차를 살까 하는 점이다.
경차가 연비에서 뛰어나긴 하지만 일부 소형차는 경차보다 싸고 안전성도 이미 검증받은 상태인데다 공간활용성도 뛰어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경차와 소형차간 연비경쟁과 가격, 실내공간, 활용성 등을 알아본다.
◇연비는 경차가 단연 우세=1리터의 기름으로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리는 가를 나타내는 연비(燃比)만을 놓고 본다면 단연 경차가 앞선다. 티코는 수동의 경우 1ℓ로 24.1㎞, 자동의 경우는 18.1㎞를 달린다. 그 다음이 22.2㎞(수동·자동은 17.1㎞)인 마티즈다. 아토즈 수동은 21.5㎞를 달리며 자동은 16.5㎞가 한계다.
경차에 뒤질세라 소형차들도 연비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현대는 린번(Lean Burn)이라는 신기술을 채용한 엔진을 「엑센트」와 』「아반떼」에 달았고, 기아자동차는 「프라이드 영」을 비롯한 프라이드 시리즈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린번은 같은 출력을 낼 때 연료소비를 최소화하도록 특수하게 설계된 엔진으로 같은 급의 엔진보다 15% 이상 연료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현대측의 설명이다.
1,500㏄인 엑센트 린번은 1리터로 18.9㎞를 달리며, 아반떼(1,500㏄)도 16.9㎞를 달릴 수 있다. 프라이드 시리즈(프라이드 영·5도어·4도어·왜건·트랜드)도 아반떼와 같은 16.9㎞다.
◇경차보다 싼 소형차도 있다=소형차는 경차보다 비싸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을 프라이드는 깨고 있다. 마티즈 기본형(수동기준)은 502만원이고 아토스의 일반형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벤처는 535만원이다. 하지만 프라이드 영은 420만원밖에 안된다. 프라이드 5도어가 488만원이며 4도어(베타)도 527만원이면 살 수 있다.
◇최신 스타일과 새 기술로 만든 경차=티코를 빼고 아토스와 마티즈만 놓고 보면 이들의 장점은 우선 튀는 디자인이 강점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차선택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나 되는 형편이고 보면 소형차들에서 아직 새차가 없다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
또 옛날 경차와는 전혀 다른 신기술들이 채용해 안정성과 성능을 높인 점도 경차가 소비자들의 발길을 끄는 요인이다.
◇검증된 안전성=차의 안전성은 차축의 길이와 윤거(바퀴사이의 길이)에 비례한다. 소형차 마케팅 담당자들은 『경차는 축길이와 윤거 등에서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경차는 안전성에서 소형차에 뒤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소형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팔고 있는 것들이어서 안전성과 성능이 입증되어 있다는 점도 믿고 차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프라이드는 10여년 이상 60만대가 팔려 나간 베스트셀러다. 엑센트나 아반떼도 족히 3~4년은 넘었다.
◇키큰 사람은 경차, 살찐 사람은 소형차=경차는 정해진 규격안에서 실내공간을 넓게 하다보니 차의 천정을 높게 만드는 반면 소형차는 폭이 넓다. 따라서 키가 큰 사람은 경차를, 뚱뚱한 사람은 소형차를 사봄직하다.
아토스는 실내길이 1,825㎜·실내폭 1,250㎜·실내높이 1,295㎜며, 마티즈는 실내길이 1,800㎜·실내폭 1,265㎜·실내높이 1,220㎜다. 프라이드의 실내길이는 1,705㎜~1755㎜, 실내높이는 1,205㎜로 경차들보다 조금 작은 편이지만 실내폭은 1,315㎜로 더 넓다.
◇쓰임새를 고려해야 한다=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연비가 가장 좋은 티코가 가장 잘 팔리는 차종은 아니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소형차와 경차를 단순비교하기 보다는 차의 쓰임새에 따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같은 양의 연료로 가장 멀리까지 갈 수 있는 차는 티고긴 하지만 올들어 9월까지 팔린 대수는 1만3,962대정도다. 마티즈 6만902대, 아토스 4만929대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다. 이 점은 기름값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정도의 연비라면 다른 점들도 같이 고려해 차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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