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광고시장 혼탁… 승자의 저주 우려"

■ 종편 사업자 등 선정<br>광고 수주 과열 경쟁이어 여론 쏠림현상 심해질듯<br>심사과정 불공정 논란도


2년여 논의 끝에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보도전문 채널사업자(PP) 선정 결과가 31일 발표됨에 따라 향후 방송계가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편 및 보도PP의 신규 사업자 선정 결과를 두고 '미디어 시장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라는 장밋빛 전망보다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신규 사업자들은 현재 200여개의 채널이 포진해 있는 유료방송계에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한다는 더 큰 과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종편은 뉴스 보도를 비롯해 교양ㆍ오락ㆍ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편성해 방송할 수 있는 채널이라는 점에서 지상파와 비슷하지만 케이블ㆍ위성TV를 통해서만 송출해 유료방송에 가입한 가구만 시청할 수 있다. 매체 영향력은 지상파에 버금가면서도 광고는 유료방송시장의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중간광고ㆍ가상광고 등이 모두 가능해진다. 종편 사업자의 첫 방송시기는 이르면 올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채널 등장에 따른 방송 콘텐츠 산업의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두드러지기보다 거대 언론사가 방송까지 운영해 여론의 쏠림현상과 광고시장의 제로섬 논리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뚜렷한 성장세가 보이지 않는 한정된 광고시장에 신규 방송사업자가 4개나 무더기로 추가돼 향후 이들의 광고수주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호 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 교수는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으로 광고시장의 거래질서가 혼탁해질 우려가 커 시장을 공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광고 시장이 자유롭되 모든 매체에 공평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의 감시감독이 엄격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광고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방송사업자의 소유규제를 풀어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광고계의 한 전문가는 "광고시장은 경기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지 정부가 키운다고 커지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재원을 갖고 있는 기업은 오히려 종편 사업자가 늘어나 광고책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송사업의 특상상 초기에는 막대한 자본투자가 필요하며 추가적인 증자와 시설투자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광고시장에서 힘의 과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종편은 방송광고공사(KOBACO)를 거치지 않고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혼탁도 우려된다. 특히 종편은 머스트캐리(must carry)이기 때문에 70개 채널이 꽂히는 아날로그 케이블TV에서는 군소 PP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지역별, 그리고 종교적ㆍ문화적 특성에 따라 방송은 다양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정부가 방송시장을 힘의 논리에 내맡긴다면 광고 영업에서 뒤쳐진 군소 규모의 방송사, 혹은 PP 등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며 "방송시장의 미디어 다양성 유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심사 과정에 대한 불공정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심사위원 14명 중 8명이 여당 추천 인사로 구성됐으며 심사위 활동 기간 이병기 심사위원장이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에 참여했다는 논란에 따라 탈락한 신청 법인들의 검증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