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출총제 완화 "헷갈리네…"

盧대통령 "골격유지" 발언에 새 지도부 곤혹<br>"출총제가 투자발목" 재계 증거제시가 관건




“도대체 출자총액제가 완화되긴 하는 겁니까? 여권이 실용주의를 내건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했는데 해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으니 영 헷갈려서….” 27일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날 노무현 대통령의 출총제 관련발언에 대해 이렇게 잔뜩 푸념을 늘어놓았다. 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출총제를 완화하겠다는 여당의 새 지도부 주장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새해 들어 탄력을 받아왔던 출총제 완화움직임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는 과거 분식회계의 집단소송제 유예조치 등 경제관련 주요법안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여당의 정리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선 일단 노 대통령의 발언을 출총제의 ‘원칙’은 유지하되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구체적인 문제제기가 있을 경우 이를 고쳐나가자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임종석 대변인은 27일 이와 관련, “소모적이지 않은 방향에서 실질 내용을 갖고 논의했으면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원혜영 우리당 정책위의장도“대통령과는 기본원칙이 똑같다고 생각한다”면서 “목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안이 있느냐를 검토하자는 것이고 대통령도 그런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장은 이어 “(총액)한도나 (자산)기준에 대해 개방적”이라며 부분적으로나마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강봉균 정책위수석부의장도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출총제의) 기본원칙은 훼손하면 안되지만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기업의 건전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라며 출총제 완화 추진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관건은 노 대통령의 주문대로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재계가 스스로 “출총제가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보다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는데 달려있다는 게 여당 정책통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구체적인 윤곽은 다음주 열리게 될 당정협의에서 드러나겠지만 일단 기본 틀인 자산기준(5조원)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외조항을 늘리는 등 완화범위와 대상도 당초 예정보다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출총제 완화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의원들도 적지않아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자칫 ‘개혁’이냐 ‘성장’이냐를 둘러싼 논의가 재연되면서 연초부터 진행돼 온 여권의 ‘경제 올인’에 대한 코드 맞추기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법 개정을 반대해왔던 전병헌 의원은 “대통령이 무원칙하게 출총제 논의와 발언을 하고 있는 여당 지도부에 적절하게 주의를 환기시킨 것”이라며 취임 직후부터 출총제 완화를 추진해 온 새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개혁의 후퇴’로 비쳐지지 않을 실용노선의 적정 수위를 놓고 새로운 노선투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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