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 오페라계 자본 유입 가속화

2003년 오페라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오페라 공연은 그간 업계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에 비해 볼 게 없다`는 혹평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지난해 일부 단체가 `지원금 특혜` 시비 등을 겪으며 관객의 다수가 냉정히 등을 돌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이며 막대한 제작비를 마련, 양질의 무대를 제공하는 공연이 늘어가고 있다. 이라크전의 여파 속에서도 이른바 `산업형 공연화`가 오페라계에도 등장한 것이다. ◇달라지는 오페라계=예술의전당은 지난 15~21일 오페라극장 개관 10주년 기념작으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했다. `세기의 비올레타`라 불리는 다리나 타코바가 주역으로 등장한 이 공연은 전 같았으면 한해 오페라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주목받을 법 했지만 `예술의전당의 야심작`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파장을 일으키는데는 약간 못 미쳤다. 줄줄이 대기한 이른바 `블록버스터 형 오페라` 때문이다. 오는 5월8일~10일 월드컵 상암경기장에서는 영화감독 장예모가 연출, 자금성에서 초연됐던 오페라 `투란도트`가 막 오른다. 총제작비 50억원이 투입된 이 공연은 우천 대비 보험까지 가입하고 맹렬히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팔린 매표량은 대략 25%로 금액으로 치면 26~27억원 규모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투자비의 대다수를 건지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점. 이 때문에 성공여부에 반신반의하던 기업체들이 투자를 위해 앞을 다투며 `줄대기`에 나서는 기현상도 빚었다. 나일봉 기획실장은 “뮤지컬계처럼 오페라의 대중화, 산업화를 이루어내는 게 이 공연의 의의”라고 덧붙였다. 지난28일~30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오페라단인 한국오페라단은 예술의전당에서 일본의 후지와라 오페라단과 손잡고 `라 트라비아타 `를 공연했다. 일본측이 약 25억원의 제작비를 부담했으며 양국 스탭진이 유럽 배우 등을 캐스팅 해 공연에 나섰다. 박기현 단장은 “오페라는 국제 협력이 가능한 유일한 클래식 장르”라며 “우리보다 앞선 유럽과 일본 등의 오페라 문화를 들여와 관객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런가하면 4월5일부터 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제누스 오페라단의 창단기념작 `아이다`가 공연된다. 이승현 단장은 “실내공연 치고는 역대 최고의 제작비를 투입했다”며 “오페라에 실망한 관객들에게 이 장르의 매력은 이런 것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 공연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의상과 무대장치, 각종 소품을 공수하고 약 270여명의 인원이 등장해 진행된다. 지난 2월부터 작품 연습에 들어갔는가 하면 사전 리허설만 4회 갖을 예정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이탈리아 출신 성악가와 연출가가 등장하며 아예 팀별로 두 명의 베르디 전문 연주자를 택해 지휘를 맡겼다. 예술감독 조흥기씨는 “기업들의 단발 지원이 아닌 지속적인 후원 체제를 형성할 방침 ”이라며 “충분한 제작기간을 통해 질을 보강하고 설 자리가 없어 사장되는 국내 인재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이다`는 9월에도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CnA코리아가 이탈리아 파르마 왕립극장 오페라단을 초청,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를 9월18일ㆍ20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공연하는 것. 이에 앞선 4월3일에는 연출과 무대감독 등이 참석하는 대규모 제작발표회도 연다. 제작사측은 “5년여의 기획과 준비과정을 거쳐 만든 만큼 세계적인 무대를 기대한다”고 답하고 있다. ◇왜 오페라인가=오페라 공연은 클래식 음악 공연 중 가장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를 기반으로 실력 있는 음악도들의 노래와 연기까지 감상할 수 있기 때문. 또 공연의 대부분이 통속적 스토리에 기반하고 있어 접근하기도 쉽다.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아리아가 팝송처럼 불려질 정도. 반면 관객층 등을 이유로 1주일 이상의 공연은 사실상 어렵다. 처음부터 제작비를 건질 여건이 아닌 것이다. 이 같은 환경에 시달리던 국내 오페라계가 기업형 자금의 도움을 얻어 공연의 질을 높이는 `윈-윈`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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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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