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직장맘'의 행복한 출산을 위해

정부가 아이를 더 낳으라고 당근책을 내놓았다. 오는 2010년까지 19조3,000억원을 투입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재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1.16명을 201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수준인 1.6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현실화시키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작금의 저출산 상황에 대한 우려는 전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애를 낳고 키우는 ‘직장맘’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선 직장보육시설 설치 사업장 확대 대상이 상시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에서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으로 늘어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종업원 수가 수십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은 이번 조치가 대기업에 몸담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여자들만을 위한 정책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나 중소기업 생산직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상시 근로자 대우를 받지 못해 출산 후 휴가급여나 유ㆍ사산 휴가제의 혜택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안산 시화공단의 모 휴대폰 부품업체에서 일하는 주부 김모씨(32). 세살짜리 딸 아이가 있는 김씨는 “직장인의 일반적인 퇴근 시간인 오후6시까지만 일하면 제대로 생계를 꾸릴 수 없다”면서 “야근은 물론 휴일까지 일해야 우리 세 식구가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주중에는 인천에 사는 친정어머니한테 딸을 맡겨놓고 근무가 없는 주말에나 겨우 아이 얼굴을 본다고 한다. 물론 직장에 보육시설이 있으면 좋겠지만 자신과 같은 여성근로자가 열 명도 채 되지 않아 꿈도 꾸지 못한단다. 그나마 자신은 아이를 맡길 친정어머니라도 있는 게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이처럼 현실은 정부가 그리고자 하는 청사진과는 매우 다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네가 낳은 아이니까 알아서 키워야지, 사회나 직장에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왔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라는 오명(汚名)과 함께 사회적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정부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정말로 발등의 불을 끄고 싶으면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깨달아야 할 사실이 있다. 여성들이 미래 한국의 고령화 문제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를 낳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 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행복하고 태어난 나의 아이가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아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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