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굴지방송사 닷컴시장서 참패

美 굴지방송사 닷컴시장서 참패NBC,ABC,CBS 인터넷주가 추풍낙엽 「TV의 끗발도 인터넷에선 안 통한다」 2년 전 힘차게 인터넷 시장을 노크했던 미국의 네트워크 방송사들이 야후나 아메리카 온라인(AOL) 등에 밀리는 「수모」을 당하고 부랴부랴 궤도 수정에 나섰다. NBC, ABC, CBS 등 굴지의 방송사들이 발족시킨 인터넷 부문의 주가는 올들어 3분의 2이상씩 폭락한 상태. 「닷컴주」가 대체로 부진을 겪기는 했지만, 방송사발(發) 닷컴의 붕괴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최근 보도했다. 풍부한 자금과 다양한 프로그램, 시청자들의 구미를 맞추는 노련함, 게다가 TV 방송을 통해 얼마든지 사이트 광고에 나설 수도 있는 이점을 지닌 방송사들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인터넷 시장에서 도무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ABC의 모기업인 디즈니와 NBC가 각각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인 고(GO) 네트워크와 스냅(SNAP)은 지난 6월 조사 당시 각각 사이트 순위에서 6위, 9위까지 차지하며 선전을 했지만, 고객 점유율은 지난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후, AOL,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등 인터넷 「태생」 업체들과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는 실정. 여기에 최근 인터넷 광고시장에까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NBC 인터넷은 직원의 20%를 감축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CBS도 인터넷 사업부문 분리게획을 연기하는 등 선뜻 시장에 발을 내딛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방송사의 사이트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무엇보다 스스로의 실력을 과신했기 때문. 뉴욕타임스는 방송사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가 야후 등이 제공하는 깊이있는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사의 명성을 내걸어 네트즌들의 호기심을 일으키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충실한 내용이 없는 「속빈 강정」에 불과해 고객들을 붙잡아두지 못했다는 것. 게다가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전자상거래 서비스나 검색 서비스 등이 방송사들에게는 너무 생소한 분야였다는 점도 실패의 요인이 됐다. 실제방송사들이 운용하는 사이트 가운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 TV방송 내용을 내보내는 사이트들이다. 스포츠 채널인 ESPN의 방송 내용을 보여주는 ESPN닷컴이나 CBS의 경제 뉴스를 보여주는 CBS마켓워치닷컴(CBS MARKETWATCH.COM) 등은 지금도 호응을 얻고 있는 사이트들이다. 이처럼 패인이 명백해지자, 각 방송사들은 온라인 시장에서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서둘러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CNN 등을 보유한 타임워너는 아예 인터넷 업체인 AOL에 투항을 했으며, NBC는 모든 과거를 청산하고 NBC아이닷컴(NBCI.COM)이라는 새로운 사이트를 개설해 전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디즈니는 포털 전쟁에서는 야후나 AOL에 승산이 없다고 보고, 인터넷 시장에서도 스스로의 강점인 오락 및 레저 부문에 주력키로 했다. CBS는 TV방송 내용을 인터넷으로 방영해주는 사이트가 인기를 끄는 점에 착안, 스포츠 중계 등에 특화된 사이트에 지분을 참여하는 댓가로 방송 광고를 내보내주는 식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폭스 네트워크를 보유한 뉴스코프의 경우 사이트의 부진을 인정하고 아예 인터넷 접속 서비스로 나섰다. 뉴스코프 사장인 피터 셔닌은 『게임은 끝났고, 야후와 AOL 등은 승자로, 미디어 업체는 패자로 판가름이 났다』며 『이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려 있는 다음 게임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입력시간 2000/08/25 10:4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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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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