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열기자의 법조이야기] 별거부인에 '자녀면접권' 도입
우리는 이따금씩 미국 등 외국 영화를 보다 보면 이혼한 부부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혼을 한 부부들 중에서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사람이 주말 등에 자녀를 데려와 함께 지낸 뒤 다시 돌려 보내 주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3년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지난 90년 개정 민법에서 이혼 또는 별거중인 부부 가운데 자식과 떨어져 있는 한쪽이 자식을 양육하고 있는 다른 한쪽에 자식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자녀면접권(子女面接權)'이 도입된 후 처음이다.
서울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던 K씨는 같은 의사였던 부인 H씨와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별거에 들어갔다.
당시 36살 동갑내기인 이들 부부는 가정불화로 인한 심한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남편 K씨의 이혼사유는 83년 결혼 후 부인이 가사를 소홀히 하고 시부모를 잘 모시지 않는다는 것.
남편은 결국 부인과 이혼소송을 내면서 별거에 돌입했다. 남편은 별거를 하면서부터 부인에게 앞으로 아들을 만나지 말 것을 강요했다.
하지만 부인은 아들이 보고싶어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만 같다. 부인은 결국 법을 통해서라도 아들을 만나고 싶어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제3부는 93년8월 부인 H씨가 남편 K씨를 상대로 낸 사전처분신청사건에서 "K씨는 부인 H씨의 청구에 따라 아들이 매월 첫째주와 셋째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후 6시까지 어머니인 H씨와 함께 지내도록 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판단은 주심인 박만호 대법관에 의해 이루어졌다.
당시 이 같은 결정은 여성계를 비롯한 일반인들에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일반적으로 이혼을 할 경우 자녀들에 대한 양육권은 아버지에게 있어 이혼한 부인들의 경우 자녀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혼을 했거나 별거중인 부인들은 자녀들을 보고 싶으면 몰래 숨어서 그들의 성장과정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이혼을 했거나 별거중인 부인도 떳떳하게 자녀를 만날 수 있다는 길을 열어 준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윤종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