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北국어학자 류렬씨 딸 상봉

北국어학자 류렬씨 딸 상봉"내딸 인자야 정말 미안하다" 『아버지….』『인자야 정말 미안하구나.』 15일 오후5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꿈에 그리던 딸 인자(59·부산시 연제구)씨와 감격의 상봉을 한 북한의 대표적인 국어학자 류렬(82)씨는 50년간 참고 참았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딸을 꼭 끌어 안고 놓을 줄을 몰랐다. 류씨는 『9살 때 헤어진 네가 이젠 할머니가 다됐구나. 그동안 고생많았다』고 위로하자 인자씨는 『이렇게 아버지를 만나뵌 것만으로도 이젠 여한이 없다』고 말하고 『청년이셨던 아버지가 이가 다빠진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옆에 있던 류씨의 동생 의순(69·경기도 안양시)·경자(76·서울 강남구)씨와 처남 정의환(65·경남 진주시)씨도 『오빠』 『매형』을 외치며 얼싸안자 상봉장은 한동안 울음바다로 변했다. 감색양복에 청색 넥타이를 맨 류씨는 이날 오전11시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더없이 반갑다』고 말했고 버스에 타서도 계속 동료들과 얘기를 나눴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이 고향인 류씨는 고려대 강사로 있던 중 6·25동란이 발발하면서 의용군에 참가해 북으로 가면서 가족들과 헤어졌다. 류씨는 특히 북한에서 이두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 83년 북한에서 발표한 「세 나라 시기 리두에 관한 연구」는 기념비적 저작으로 남아 있다. 이 논문은 고대 삼국시대 지명 연구 등을 통해 고대의 우리말을 완벽하게 재구성해낸 독보적인 연구성과물이다.최근에는 필생의 대작인 「조선어의 역사」(전 5권)를 펴냈다. 일제 때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우리말 큰사전」 편찬에 참여했고 광복 직후 「풀이한 훈민정음」「알기쉬운 한글 강좌」 등 한글 교재로 국어학계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97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북한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장을 지낸 뒤 현재 김일성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 입력시간 2000/08/15 18:5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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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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