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디지털기기 가격파괴 무한경쟁

90만원대 노트북·40만원대 600만화소 디카등장<br>불황에 "일단 팔고보자"…수익저하 '역풍' 우려도

IT관련 제품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가격인하 경쟁 덕에 소비자들은 불과 몇 개월 만에 무려 30~40%나 저렴한 가격에 같은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가격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노트북ㆍ디지털카메라 등 IT제품은 워낙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 제품 수명 사이클이 짧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인하 폭이 크고 속도가 빠르면 업체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업체들의 자제를 호소, 눈길을 끌고 있다. ◇IT제품 얼마나 싸졌나 = 12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600만 화소급 A모델은 지난해 연초 60만원을 웃돌던 소비자가격이 1월 현재 4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렌즈를 바꿔 사용할 수 있는 SLR(Single Lens Reflet)카메라 B모델의 경우 지난해초 140만원대에서 최근에는 90만원대로 30%이상 값이 내렸다. 노트북 시장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가격파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노트북의 경우 삼보컴퓨터와 델컴퓨터, 그리고 외산업체인 소텍이 1월 현재 100만원 안팎의 저가형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 제품은 기능을 강화한 200만원대의 보급형 제품과 달리 ‘꼭 필요한 기능’ 위주로 사양을 갖춰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는데 소텍에서 생산하는 노트북 ‘Afina AL7180C’는 30GB, 256MB, 콤보, 12.1인치 모니터를 갖추고도 99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단 팔고보자”자충수 가능성 =IT관련 제품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때문이다. 업체들은 꽁꽁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서는 웬만한 인하 폭으로는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저가 경쟁이 결과적으로 업체들의 수익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노트북 업계의 경우 가격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판매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경쟁 때문. 국내 노트북시장에서 5~6위를 다투고 있는 삼보컴퓨터는 판매전략을 기존 데스크탑 위주에서 노트북으로 전환했고, 세계 1위의 PC업체지만 국내에서는 2~3%의 미미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델 또한 저가 제품을 앞세워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과열경쟁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도록 하는 대기 심리를 조장, 소비를 지연시키는 역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관계자는 “저가경쟁이 당장은 시장확대에 기여하겠지만 ‘컴퓨터는 죽기 전날 사면 제일 싸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돌고 있는 만큼 소비를 지연시키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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