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문가들의 잇따른 과열경고에도 불구하고 고공비행을 계속하던 인터넷주가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16일 코스닥시장에서 인터넷주는 전일에 이어 장후반 상승탄력이 약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터넷대표주인 NHN이 3.47% 하락했고, 옥션이 1.39% 떨어졌다. 그나마 다음ㆍ네오위즈는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에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 날 인터넷주들이 장중 급등세를 보이다 장후반 하락으로 반전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인터넷주가 본격적인 조정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했다. `꺼지기 직전의 촛불이 가장 밝다`는 증시격언을 빗대 이 날 장중 급등이 조정의 신호였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반면 일부 증권전문가들은 미국시장에서 인터넷주가 여타 기술주보다 긍정적인 주가흐름을 나타내고 있고,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하반기 이후 실적개선이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숨고르기 이후에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주 강세 이유있다 = 2003년 상반기 증시의 최고 `히트상품`을 꼽으라면 단연 인터넷주다. NHN으로부터 시작된 인터넷주의 주가 상승은 다음ㆍ네오위즈ㆍ옥션 등으로 확산되며, 코스닥시장의 투자심리 회복에 큰 기여를 했다. 올 들어 NHN이 15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다음ㆍ네오위즈 등도 100% 가까이 상승했다.
사스(SARSㆍ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ㆍ북핵문제ㆍ이라크전쟁 등의 악재에도 인터넷주가 강력한 상승 에너지를 뿜어낸 것은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바타ㆍ게임ㆍ프리미엄 검색 등 유료 서비스가 인터넷주의 수익원으로 부상하며, 투자자들사이에 `닷컴도 돈이 된다`란 인식이 확산된데 힘입었다.
여기다 최근 미국시장에서 일고 있는 인터넷기업들의 실적호전과 뒤이어 나온 IT경기 회복에 대한 신호들도 국내 인터넷주의 상승세를 부추겼다. 이 날 장중 급등의 이유가 됐던 IBM의 향후 IT경기수요회복 전망은 IT경기회복에 따라 인터넷주의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에 힘을 실었다.
정우철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업체들의 실적개선 속도를 주가가 쫒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실적만을 두고 보면 과열이라 말할 수 있지만, 앞으로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결코 과열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정 진입 모습 뚜렷 = 16일 장중 급등세를 보였던 인터넷주가 장 후반 하락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늦었지만 급등에 따른 조정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술적분석으로도 고가와 저가의 차이가 커지며 위로 꼬리가 긴 음봉이 나타나 전형적인 주가 `반전형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정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단 인터넷주가 단기간 급등세를 보이다 전일부터 장중 시세분출후 되밀리는 조정기 진입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주의 과열을 경고했던 전문가들은 거품이 빠지는 단계라며 단기간 급등한 인터넷주의 주가가 실적개선 등이 확인될 때까지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내다봤다.
박재석 삼성증권 IT팀장은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상승세는 펀더멘털의 개선에 따른 것이 아니라, 나스닥의 상승세에 바탕을 둔 개인투자자들의 유동성에 의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급등한 주가가 조정을 거치며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상승 가능할까 = 조정에 들어간 인터넷주의 재상승은 IT경기의 회복과 맞물릴 것으로 전망된다.
짧은 조정후 재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국내 인터넷주의 2ㆍ4분기 이후 인터넷주 실적가시화와 IT경기회복이 주가 재상승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창권 교보증권 연구원은 “일부 닷컴주는 과도한 주가상승으로 앞으로 조정을 받겠지만 대체로 이들 업체의 올해 실적 전망이 좋은 만큼 하락하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우증권은 현 인터넷주의 상승이 하반기 IT경기 회복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가지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고릴라게임`의 모습이라며 조정을 거친후 인터넷 업종의 주가가 회복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비 한마리가 봄을 만들지 않는다`며 일부 인터넷주들의 상승을 전체 IT경기 회복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일부 실적호전 인터넷주들이 조정후 재상승을 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상승세가 전체 IT주로 확산되며 랠리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