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제는 간접투자시대/기고] 간접투자 중흥기 온다

양만기 투자신탁협회장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이 안전한 금융자산을 좋아한다. 그 동안 은행권의 정기예금을 주된 저축수단으로 인식해왔으며 이러한 현상은 대우사태 이후 더욱 심화되었다. 미국의 경우 개인들이 자산의 10%정도만 예금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이보다 6배가 높은 60%를 예금에 맡기고 있다. 돈이 은행으로 몰리니 이자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객들이 여윳돈을 은행에 맡김으로써 은행들이 자산운용에 애로를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자본시장변화 등 주변여건을 감안할 때 이젠 간접투자시장도 새로운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우리도 노령화사회(65세이상 노령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로 접어들면서 자산관리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은행권의 정기예금으로 모은 돈을 간접투자에서 불린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이제는 긴 생애 재무설계과정에서 간접투자를 활용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은행의 PB(프라이빗 뱅킹) 강화나 증권회사 랩어카운트상품 출시 및 최근의 적립식펀드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증대에서도 알 수 있다. 또 앞으로 펀드는 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이 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최근 판매점포가 많은 은행의 판매액 증대에서도 알 수 있으며 보험회사까지 확대될 경우 어느 상품보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이 될 것이다. 게다가 연기금ㆍ금융기관 등의 주식투자 확대나 기업연금 등이 도입될 경우 증권시장의 안정화가 기대되며 이는 펀드의 안정적인 수익달성을 가능케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금리가 크게 떨어진 90년대 초반부터 뮤추얼펀드의 급증과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로 기관장세가 전개됐다. 미국의 예를 보면 이미 펀드시장이 하나의 투자문화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미국의 펀드시장은 90년 초에서 2000년까지 연간 20%가량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펀드시장이 미국과 같이 성장하려면 먼저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시장참여자들은 그 동안의 관행 등을 버리고 유리알같이 투명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다음은 전문성이다. 운용회사들은 "내가 해도 너만큼은 하겠다"는 식의 투자자들의 비아냥거림을 쉽게 넘겨서는 안된다. 유수한 외국의 대형운용사와 견줄 수 있는 ▲ 국제화된 전문운용기법을 습득해야 하고 ▲ 차별화된 투자분석방법과 철저한 위험관리 ▲ 다양한 상품개발 등 고객에 대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 펀드시장을 장기투자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장기투자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투신운용사는 장기투자할 때 수익률이 우수하다는 것을 투자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장기 간접투자상품에 세제지원 등 정책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개인위주의 시장에서 기관투자가 시장으로 변화하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증시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냄비장세'를 연출하는 것은 개인의 비중이 높고 단기매매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은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다. 이는 증시의 안정성을 담보해 줄만한 안전판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장기투자와 간접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투신시장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갹출형기업연금의 도입이 필요하다. 미국의 투자신탁 자산중 42%정도가 연금자산 임을 비추어보더라도 기업연금도입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간접투자시장의 본격적인 도래에 앞서 투자자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투신상품이 투자자로부터 오래 기억되고 인기를 받는 상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