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를 닮은 공무원(?)'
11일 개각에 따라 기관장이 바꿔 어수선한 중앙 청사에서 기자와 시원스레 말을 이어가던 L 국장이 갑자기 말을 아낀다.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궁금증이 발동했다.
그도 그럴만하다. 관심은 덜하지만 비중만큼은 월드컵ㆍ올림픽에 버금간다는 세계박람회가 아니던가. 우리나라는 유치 의사를 밝힌 러시아ㆍ중국과 함께 '3강'으로 분류, 유치에 근접한 상태다.
잘 못 뱉은 말 한마디가 경쟁국들에게는 따끈 따끈한 '알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이유 있는 입 단속인 셈이다.
그럼 준비 상황은 어떨까. 그는 해수부가 주도권을 쥐고 종합ㆍ기획 업무를 맡고 외교부는 유치상황실을 본부 삼아 주요 공관 별로 타국 동향과 유치 교섭 활동이라는 '특명'을 수행 중이라고 했다.
각 부처의 '거중조정'은 아니나 다를까 국무조정실 몫이다. 이런 모든 활동이 암암리에 진행 중이다. 비공개 유치 활동이 주가 되다 보니 치열한 첩보 작전이 연상되기도 한다.
개최국 발표일인 12월 3일이 다가올수록 위원회니, 점검회의니 하는 것들도 점점 잦아지고 실무진들은 수시로 상부에 보고를 올리고 있다고도 했다.
다시 궁금증이 생긴다. "대선이 코 앞이니 이 정부의 막판'빅 카드'겠네요?""오는 2010년 그러니까 차차기 정부에서 개최할 겁니다.
우린 열심히 일할 뿐입니다"올림픽ㆍ월드컵과 함께 '솥발'의 마지막 기둥인 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관련 실무진들은 스파이처럼 대회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실 '모든 유치 활동은 소리 소문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국장은 이날 기자에게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 실언을 한 셈이다.
그는 말을 주워 담느라 무진 애를 썼다. 그러는 가운데 한가지 우려되는 대목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진행되고 있는 박람회 유치 활동에 대한 중간 점검마저 정보 유출을 이유로 백안시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날 공교롭게도 김호식 국무조정실장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이번 김 장관의 입각이 박람회 유치의 기폭제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이상훈<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