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최병렬 체제` 출범에 따라 향후 여야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과도체제가 끝나고 보수성향이 뚜렷한 야당대표의 등장은 어떤 행태로든 기존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27일 `기대 반(半), 경계 반`의 시선으로 한나라당의 새 출발을 예의주시했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민정계 출신 대표가 선출돼 정당간 정책차별화가 분명해지고, 정치권 구도가 선명해지는 것 같다”며 “어떤 면에서 공존의 바탕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유인태 정무수석은 한나라당사를 방문, 최 대표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했다.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야당의 협조를 얻으려면 신당에서 손을 떼고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이에 유 수석은 “대통령은 신당에 관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손을 뗄래야 뗄 수가 없다”고 맞받았다.
청와대는 그러나 최 대표가 전날 대표수락 연설에서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의 체제정비가 완료된 후 검토해도 늦지 않다”며 한발 빼는 자세를 보였다. “회담을 하려면 상호 예의존중이 전제돼야 한다”며 최 대표의 노 대통령 당적이탈 요구에 대한 힐난도 뒤따랐다.
이런 가운데 최 대표는 청와대와 야당의 충돌이 예고되고 있는 대북송금 특검법 문제에 대한 절충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최 대표는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견을 전제로 “청와대가 150억원 의혹을 수용한다면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대북 송금부분에 대한 추가 특검수사의 대상을 다소 축소해도 무방하다는 뜻으로 해석돼 앞으로 당내 조율 과정이 주목된다.
그러나 여야 관계에 대한 대체적 전망은 타협보다는 힘과 힘이 맞부딪히는 대결이 주조를 이룰 것이라는 데 모아진다. 무엇보다 청와대에 대한 최 대표의 근본적 인식이 이를 구조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 대표는 이날 “노무현 정권은 원칙이 없다”며 “실정법이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아 고치겠다면 알아듣겠는데 이 정권은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는 말도 이어졌다. 개별 현안이 아니라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 자체에 회의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계속 이런 식이면 야당의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며 “이번 파업사태에 손을 놓고 있던 노동부 장관처럼 경제 살리기에 나서지 않는 장관에 대해서는 즉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며 강경 수단을 동원할 태세다.
결국 어느 한쪽이 국정인식과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시간문제일 뿐 충돌은 피하기 어려울 것같다.
<유성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