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금호그룹이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과 노무현 후보 선거캠프에 각각 10억원 이상의 불법자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선자금 관련 기업수사가 10대그룹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이달말까지 이들 기업수사의 윤곽을 잡는다는 방침이어서 금호ㆍ두산 등 그 동안 조사가 미진했던 기업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금호 여야에 최소 20억 이상 제공= 검찰 고위관계자는 “금호가 한나라당에 채권 10억원과 수억원대 양도성예금증서(CD)를, 노 캠프에는 1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채권을 각각 전달한 단서를 잡았다”며 “수사가 진행되면 금호측이 정치권에 건넨 불법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여야 선대위에 건네진 이들 채권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각각 만기가 됐는데도 현금화되지 않은 점에 비춰 선거자금으로 사용되지 않고 현재까지 모처에 보관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박삼구 금호회장을 재소환, 정치권에 불법 자금을 제공한 경위와 정확한 규모 등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0대그룹 수사 확대= 한화그룹에 이어 금호그룹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에 대선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의 기업수사가 10대그룹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말 검찰은 삼성, LG, SK, 현대차를 제외하고 10대 그룹에 속하는 기업 1곳이 한나라당에 10억원대 채권과 별도 현금을 포함해 수십억원대 불법 자금을 제공한 단서를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들 기업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 방침을 밝히고 있어 조만간 검찰수사가 10대 그룹 전체를 겨냥하는 국면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내주부터는 정치권에 불법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기업총수 혹은 구조조정본부장급 임원에 대한 공개소환이 예고돼 있어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검찰은 우선 8일 오전 손길승 SK그룹 회장을 공개 소환, 1,000억원대 비자금유용 혐의 등에 대해 보강조사를 벌여 혐의가 최종 확인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노 캠프 자금도 서서히 윤곽= 검찰은 금호그룹이 노무현 후보 캠프에도 채권 형태로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한나라당에 치중됐던 대선자금 수사가 노 캠프쪽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ㆍ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그 동안 검찰수사에서 노 캠프측에 제공한 자금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이들 기업에 대해 “추가 자금제공의 흔적이 보인다”며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당 간부 조직적 도피= 검찰은 또 한나라당이 불법 대선자금을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재정국 간부들을 조직적으로 도피시킨 단서를 포착,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날 경찰에 체포된 박인규 전 재정국 차장은 한나라당 재정국장의 권유로 지난해 11월까지는 당사내에 있다가 12월 이후에는 여관 등에서 도피생활을 해왔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도피자금 750만원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