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시라크가 풀어야할 숙제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일부의 우려를 가라앉히며 5일에 있을 프랑스 대통령 선거 2차 결선투표에서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 후보를 물리칠 것으로 보인다.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최고의 지지율을 얻으며 승리를 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있었던 끔찍했던 1차 투표의 교훈을 배우지 않는다면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선 극우주의자인 르펜을 물리쳐야 한다는 요구가 대두됨에 따라 이번 경선에서는 일련의 정치적 과정이 배제됐다. 1차 투표 이전부터 정치와 관련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에도 주요 정당들은 우파 공화국연합의 후보인 시라크 대통령에게 가능한 한 많은 표를 몰아주는 한편 르펜에게 이익이 되는 가두시위는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패배하자 좌익세력은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시라크 대통령 쪽으로 돌아섰다. 이들은 시라크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 르펜을 물리칠 뿐 아니라 우파로 하여금 일방적인 승리를 주장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시라크가 2차 결선투표에서 압도적 승리를 할 경우 이는 좌ㆍ우 통합 후보로서 승리한 것이지 단지 우익의 후보로서 승리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시라크 역시 가능한 한 큰 표차로 승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우파에서조차 입지가 굳건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좌파 유권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만한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 2차 투표 후보들끼리 관례적으로 해온 TV 토론을 시라크 대통령이 이번에 거부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각종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그로서는 토론에서 이 점을 공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르펜이 외국인을 혐오하는 극우주의자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이다. 시라크는 또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극우파와는 지엽적인 동맹도 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밝히는 데도 실패했다. 일단 시라크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이 같은 정책공백은 채워져야만 한다. 르펜은 주요 정당들이 유권자들에게 진정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최대 양당인 우파 공화국연합과 사회당의 시라크, 조스팽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총 40% 미만의 지지율을 얻은 것에 대한 우려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 우려를 오는 6월에 있을 의회선거 이전에 불식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프랑스에는 현재 수많은 난제들이 있다. 특히 르펜에 의해 촉발된 프랑스 국민과 이민자들간의 분열이 그러하다. 프랑스의 3월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지난 1일의 보도는 경직된 고용시장으로 인한 피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고령화 인구를 위한 연기금 조항 개정, 국가의 현대화, 유럽에서의 프랑스 위상 재정비 등도 시급하다. 최근 드러난 대통령 선거제도의 문제점 역시 개헌 대상이다. 시라크 대통령이 대선에서 르펜을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통령은 그의 특별한 지위를 이용해 프랑스 정치가 건전하게 회복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5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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