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과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가속도를 탈 전망이다. 또 기나긴 해외체류와 재판, 투병 등을 거치면서 은둔생활을 해 온 김 전회장이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일 옛 대우그룹 임원 모임인 대우인회(회장 정주호 전 대우차 사장) 주최로 서울 남산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서 열린 대우그룹 출범 42주년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999년 그룹 해체 이후에도 매년 열린 기념식에 김 전 회장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만에 김 전 회장이 참석한 만큼, 이날 대우인회 멤버들의 감회는 남달랐다는 전언이다. 옛 대우그룹 고위 관계자는 "10년 만에 김 전 회장과 창업 초기부터 함께 일하던 멤버들이 모여 젊은 시절 밤을 새워 일하던 때를 회상했다"면서 "당시로서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경영을 주창했던 대우그룹의 꿈을 그리워했다"고 설명했다. 옛 대우맨들을 중심으로 그룹과 김 전 회장에 대한 명예회복 작업을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참석자는 "외환위기로 인해 대우그룹은 해체되고, 김 회장은 실패한 경영자로 낙인 찍혔다" 며 "외환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글로벌 위기를 맞은 지금 과연 대우의 몰락이 대우의 잘못인지,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 되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김 전 회장은 세계화를 선도하며 고도성장 시대를 이끌었던 창업 세대 중 유일한 생존자인 만큼, 한국기업사를 위해서도 반드시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는 대우그룹과 김 전 회장의 명예 회복을 '사업재개'의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우인회가 김 전 회장의 명예 회복을 서두르는 것은 김 전 회장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공사 차원이라는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예전 같은 규모는 아니더라도 김 전 회장과 옛 대우 임원들이 다시 뭉쳐 사업을 시작할 여력은 언제든 충분한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명분이 문제인 만큼 명예 회복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김 전 회장과 옛 대우 멤버들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대우인회(회장 정주호 전대우차 사장) 측은 김 전 회장의 이번 참석에 특별한 의미를 달지 말아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옛 대우그룹 고위 관계자는 "김 전 회장과 대우인회 멤버들의 감회야 남달랐지만 이날 행사는 옛 동료들이 모여 그저 식사 한 끼 함께 한 것 뿐"이라면서 "사업 재개는커녕 명예 회복 작업을 시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전 회장 일가는 추징금 등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민형사상 문제가 남아 사업 재개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참석자는 "마음이야 예전처럼 밤 새워 일하고 싶지만 희망과 현실은 구분돼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룹 해체 이후 각종 민형사상 문제로 고생한 김 전 회장과 옛 대우인들의 명예 회복만 이뤄져도 여한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