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을 앞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정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나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며 설왕설래를 거듭하고 있다.
이 해묵은 논란은 지난 1997년 노동법 개정으로 법제화된 이후 3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되면서 13년째 되풀이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노동계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여부는 노사자율로 정하고 복수노조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한국노총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유예, 복수노조는 입장을 반대로 선회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中企에 과중한 인건비 부담
우리나라가 법으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규정한 것은 전임자 수가 과도하게 많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가 일본은 570명, 미국ㆍ독일은 각각 1,000명과 1,500명인 데 반해 한국노동연구원 조사결과 우리나라는 149명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노조전임자가 월등히 많다. 특히 종업원 100인 미만 사업장은 노조전임자 1명당 조합원이 3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과도한 노조전임자 규모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은 노동력 손실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과중한 인건비 부담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은 '노사협상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반대편에 있는 노조전임자에게 사용자가 급여를 주는 상황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현재 제시되고 있는 대안 중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의 단계적 적용안은 조합원 1,000명 이상인 조합이 3.6%에 불과하고 300명 이상인 조합을 모두 합쳐도 11.7%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은 원칙대로 법을 적용하는 반면 오히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부담이 과도한 중소기업에는 적용을 유예해 불합리한 비용부담을 지속시키는 것은 노사관계 선진화법의 핵심쟁점인 두 가지 사안의 시행 의미를 퇴색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 시행이 유예될 때마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소규모 노동조합 보호를 위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논리가 제기됐지만 이 역시 이미 13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었던 만큼 더 이상 명분이 될 수 없다.
노동계에서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을 두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노조전임자 급여는 노조 스스로 부담한다는 인식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을 별도로 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단절시키기 위해서는 시행 초기에 일시적 진통과 혼란이 수반되더라도 이번이 노사관계 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정부와 정치권이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노동조합도 합리적이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노동조합 스스로 해결해야만 노조전임자도 떳떳하고 진정으로 조합원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관계 선진화 마지막 기회
중소기업계는 법과 원칙을 고수하고 노사관계 선진화를 지향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관계 선진화법의 내년 시행을 예의 주시했으나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명분도 논리도 없이 또다시 법을 개정하거나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법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당초 원칙대로 노사관계 선진화법을 전면 시행해 과거처럼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막판에 또다시 정치적 논리로 일부 조항이라도 유예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규정이 장기간 유예되는 사례가 외국에서 '한국의 사례'라고 인용되는 일이 없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