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책조율 시스템 시급하다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어설픈 대책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지고 정부부처간 이기주의가 심해지면서 정책혼선이 도를 넘고 있다. 신도시 계획을 비롯해 출자총액제한제도ㆍ규제완화ㆍ금리 등 중요한 정책 이슈를 둘러싸고 부처마다 목소리가 달라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특히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는 신도시 계획의 경우 부처 내에서는 물론 관계부처간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발표 때 흔히 거치는 당정청간 협의도 없었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부처간 마이웨이식 정책과 그에 따른 정책마찰과 시장혼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엊그제 지방의 한 대학 강연에서 “균형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연 6~8%가 돼야 하며 콜금리가 4~5%에 불과하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여당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사실상의 불황’이라고 규정하고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터에 한은 총재는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뜻을 비치고 있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존치 여부를 놓고도 부처간 이견이 마찰을 빚어 도대체 어떤 정책이 나올지 종잡을 수 없다. 공정위와 재경부ㆍ산자부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생각이 다르다. 그 틈새에서 기업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서로 의견이 다르면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순서다. 그러나 해당 부처들은 자기 주장만 계속 내놓을 뿐 접점을 찾으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 재경부가 지난 9월 내놓은 기업환경개선대책도 각 부처의 반대에 부딪혀 많은 내용이 장기과제로 넘어갔다. 국가경제를 생각하기보다는 자기 부처의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북핵 위기로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지지부진한 것도 정부 부처간 장벽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정책은 정부 내 충분한 조율을 거쳐 입장을 정한 다음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 부처간 이견과 중구난방식 대책을 조정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청와대가 나서든지 그렇지 않으면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모아줘 경제정책을 통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혼선에 따른 갈등과 국민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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