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경제 43주년] (강한 증시 강한 경제) 美증시10년 대호황 비결은

`미국 증시는 왜 세계에서 가장 공정하고 개방적인 시장인가.` 미국 증시의 10년 대호황이 본격화되던 지난 93년 초.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신문에는 이 같은 문구의 광고가 대대적으로 게재됐다. 바로 창립 200주년을 맞은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기념 광고였다. 뉴욕 증권거래소는 이 광고에서 미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고, 투자자와 기업이 스스로 주가를 결정하며, 누구나 같은 기회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물론 미국인들의 자화자찬으로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미국 증시의 10년 대호황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한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지적들이다. 이른바 `신경제`로 대변되는 미국 증시의 10년 호황 이면에 ▲주식투자 활성화로 유동성을 공급한 투자자 ▲적극적인 주가관리에 나선 기업 ▲투자자에게 믿음을 심어준 정책당국의 노력 등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안창희 한화증권 사장은 “미국 증시의 장기호황은 개인들의 자금이 간접투자를 통해 우량 주식에 집중되고 이 자금이 산업자금화하면서 경제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일차적으로 미국 증시의 10년 대호황은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그 유동성을 공급한 주체는 바로 개인들이다. 미국 증시 10년 랠리의 후반부인 98년 4ㆍ4분기부터 미국의 저축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진 반면 직ㆍ간접적으로 주식투자에 참여하는 가계의 비중은 전체의 3분의2 가량으로 증가했다. 또 80년대 중반 가계자산의 8% 정도만 주식에 투자하던 개인들은 98년 주식투자 비중을 가계자산의 2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직접투자의 증가 못지않게 미국의 장기호황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것이 기업연금의 주식투자 허용이다. 401K로 대변되는 기업연금 프로그램에 의해 연금 가입자가 투자대상을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식 수요기반의 안정적 확충이 가능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97년 10월27일 미국 다우지수는 동남아 증시 붕괴의 영향으로 무려 554포인트(7.18%)나 급락했다. 하지만 10월28일 IBM이 35억달러에 이르는 자사주매입을 발표하자 급락의 충격을 하루 만에 씻고 337포인트라는 사상최대의 상승 폭을 기록하며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사주매입과 M&A(인수ㆍ합병)도 증시 10년 호황을 이끄는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98년 4ㆍ4분기에만 자사주매입 등으로 유통시장에서 사라진 주식수가 무려 1,580억달러 어치에 달했고 심지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자사주매입에 나서는 기업까지 나타날 정도였다. 또 활발한 기업간 M&A로 인해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들을 공개매수하는 사례가 잇따랐고 M&A를 염두에 둔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 열기도 주가상승에 일조했다. 정책 및 감독기관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도 10년 호황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사항이다. 10년 호황 속에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는 주가가 급락할 조짐이 보이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낮춰 주가를 받쳐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실제 FRB는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1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고 다른 선진국들의 금리인하를 주도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씻어줬다. 여기에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등 신용평가기관이 확고하게 자리 잡음으로써 투자자에게 올바른 투자척도를 제공하며 수요기반을 조성한 것도 미 증시가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우뚝 서는 기반이 됐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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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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