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금감위의 한계

“총리실 방향이 이미 확정됐는데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습니까. 정부 정책대로 따라가는 거죠.”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민영의료보험 개편에 대한 금융감독위원회의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개인 생각은 좀 다르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기도 언뜻 비췄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민영의료보험 개편 방안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은 최근까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민영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부채질한다는 보건복지부 주장과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열어 민영의보 개선안을 심의ㆍ확정한 후 금융감독당국, 특히 금감위의 입장은 180도 달라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으로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을 것으로 이해된다. 금감위가 이번에는 보험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면서 보험요율과 각종 기초자료를 업계에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 단체’인 보험개발원을 또 하나의 ‘감독기관’으로 격상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금감위는 “보험개발원의 중립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지배구조가 바뀌고 특히 운영경비를 회비가 아닌 보험료 수입 일부로 조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까지 마련되면 개발원의 권한이 어느 정도 확대될지 불 보듯 뻔하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개발원 역시 관료화될 것”이라며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보험상품 개발 및 판매 과정에서 비효율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보험개발원이 재정경제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보험업법 개정안 초안이 발표됐을 때 금감위를 비롯한 금융감독당국은 당혹했다. 감독당국의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음은 물론 업계 실상을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예고를 앞두고 금감위는 역시 ‘공무원 조직’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세가 기운’ 정부 정책에는 지원군 역할을 아끼지 않는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계’를 너무 쉽게 드러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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