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남 고흥군 하빈마을에서 열린 우주센터 기공식은 `우주선진국`의 꿈을 현실화 하는 의미있는 행사로 평가된다. 우주센터가 오는 2005년말 완공되면 우리 기술로 만든 위성을, 우리 발사체를 이용해, 우리 땅에서 발사하는 `우주기술의 자립시대`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우주센터의 착공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기술발전에 부응해 행정적,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센터의 활용 범위와 파급 효과는 실로 크다. 우선 위성 자력발사 능력을 갖추게 돼 세계 위성발사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또 2015년까지 쏘아올릴 9기의 위성에 소요되는 외화비용 1,020억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고성능 위성 발사체의 엔진 연구ㆍ시험 그리고 관련 유도ㆍ제어기술 연구가 가능해지며, 연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주센터 건설은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한다. 5,197명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돼 고흥군은 인구증가율과 재정자립도 등에서 괄목하게 성장할 전망이다. 연간 60만명이 우주센터를 찾게 될 것으로 예상돼 관광수입도 기대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주센터로 인해 3,205억원 가량의 생산이 유발될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가 우주선진국 대열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더욱 더 큰 효과가 기다리고 있다. 위성의 다양한 이용이 가능하고 정보 획득량도 많아짐으로써, 안보역량이 크게 강화되고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는 우리별 1ㆍ2ㆍ3호와 아리랑 1호, 무궁화 1ㆍ2ㆍ3호 등 7기를 띄워놓고 있으며, 내달 말에는 순수 우리 기술로 본체가 제작된 과학기술위성 1호를 러시아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11월에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액체추진로켓 KSR-Ⅲ를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데 이어 최초의 국산 위성발사체 KSLV-1의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개발중인 100kg급 저궤도 위성인 과학기술위성 2호(STSAT-Ⅱ)를 오는 2005년에 KSLV-1에 실어 고흥 우주센터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적 발전에 맞춰 행정적, 제도적 뒷받침이 잘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 예로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눈 앞에 닥쳤지만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등이 여전히 각각의 목소리만 내고 있는 실정이다. 또 과학기술부와의 업무재조정도 머지않아 필요하게 될 것이다. 부처간 힘겨루기가 워낙 극심해 조정이 어려웠던 그 동안의 경험칙에서 볼 때 솔직히 걱정부터 앞선다.
또 우주개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됨에 따라 우주발사의 국제규범과 절차, 그리고 손해배상과 국가책임 등을 담은 우주법을 제정해야 하며, 우주 쓰레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우주윤리` 논의에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우주선진국으로의 진입은 단순히 기술과 장비만으로 되는게 아님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