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위기는 경영진의 과욕에 51%의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49%는 존립기반 자체가 끝없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금융계에서는 저축은행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구조적인 문제를 갖게 된 데는 먹을거리 부재와 경영진의 과욕이 빚어낸 복합적인 결과물이라고 바라본다. 특히 은행의 저인망식 영업은 저축은행의 활동무대 자체를 '좁고 척박한 곳'으로 내몰았으며 생존의 위협 속에 선택한 길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개된 경영진의 '과욕'이 저축은행 부실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는 것이 금융계의 진단이다. ◇먹을거리 찾아 부동산으로=저축은행들은 지난 2002년을 전후해 소액신용대출을 급격히 늘렸다. 당시는 당국이 서민지원을 이유로 카드발급과 신용대출을 장려할 때였다는 게 저축은행 업계의 설명이다. 1998년 정부가 은행에 골프장과 콘도미니엄 등 과소비를 유발하는 업체에 대한 여신금지업종규제를 철폐하면서 수익원이 없던 것도 대출을 늘린 원인이었다. 하지만 2002년 말 신용카드 부실사태가 터지면서 저축은행은 소액신용대출 2조8,000억원 가운데 90%가 부실화됐다. 이후 저축은행들이 신용대출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찾아낸 것이 부동산 PF다. 시행사의 땅매입자금을 빌려주는 '브리지론'은 원래 사채업자들이 하던 것으로 저축은행은 이 업무를 도입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저축은행은 전국적인 부동산 개발붐을 타고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부동산 PF 대출을 크게 늘렸다. 선제적으로 PF 대출에 나섰던 부산저축은행은 2007 회계연도에 7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업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은행들이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서 저인망식으로 고객을 뺏어가는 상황에서 PF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셈이다. PF와 부동산 관련 대출을 늘리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자산은 2004년 6월 말 현재 32조7,465억원에서 2009년 6월에는 74조8,199억원으로 무려 128%나 증가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여신금지업종이 없어지고 저축은행이 신용대출에서 크게 손실을 본 다음에 자연스럽게 부동산 PF에 올인하게 됐다"며 "PF가 장사가 되자 은행들이 저축은행에서 할 것까지 낮은 금리를 제시해 가져가면서 경쟁이 심화돼 부실이 커졌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탐욕도 원인=전문가들은 수익원 부재와 부동산 개발바람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저축은행이 지나치게 몸집을 불렸다고 지적한다. 아파트 등 부동산 공급이 계속되면서 금융지원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행사와 일부 저축은행이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 없이 무모하게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민금융기관답게 적정한 수준에서 서민대출에 힘을 쏟았어야 했는데 손실을 한번에 만회하려고 PF 등에 뛰어들면서 자산을 너무 키웠다"며 "몸집이 너무 커져 대체 수익원을 발굴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부산(10조3,270억원)ㆍ한국(9조3,369억원)ㆍ솔로몬(8조2,012억원) 저축은행그룹은 전북은행(7조4,944억원)보다도 자산규모가 크다. 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기간이 1년 정도임을 감안할 때 부산의 경우 이론적으로 현재의 자산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달 만기연장을 포함해 8,600억원가량의 대출이 일어나야 한다. 유가증권 투자분이 있어 실제 대출규모는 이보다 적겠지만 매달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출이 신규로 발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신처가 제한돼 있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너무 몸집을 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저축은행장은 "저축은행이 한창 PF를 할 때는 시행사에 수수료로만 연 15~20%씩 받기도 했다"며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서 자산을 불린 게 부실을 불러온 원인"이라고 실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