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애폴리스에서 미시시피강을 가로지르는 300m 길이의 교량이 무너져 미국판 성수대교 참사가 발생했다고 한다. 도심과 연결된 왕복 8차선 다리가 붕괴되면서 50여대의 차량이 20m 아래 미시시피강으로 추락한 것이다. 팀 폴렌티 주지사는 지난해 안전검사를 실시한 후 일부에서 ‘피로 현상’이 발견되긴 했으나 교량을 교체해야 할 만큼 심각한 구조적 결함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루 10만대의 차량이 이용하는 교량임을 고려해 좀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7~8월 두 달은 연중 안전사고가 가장 많은 달이다. 아무래도 외출이 잦아지는 계절이다 보니 교통사고ㆍ익사ㆍ추락 등의 사고 발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기간 동안에는 어린이 안전사고가 많다. 지난 2003년 이후 14세 이하 어린이 사망사고가 26%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는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사실은 어른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IT)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가 산업재해 발생률이 여전히 높은 것도 부끄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근로자 1만명 당 안전사고 사망률은 1.14명으로 일본(0.30명)의 4배, 독일(0.25명)의 5배나 된다.
안전문제는 생명과도 직결된 것인 만큼 너무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챙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올 상반기 서해바다에서만 27회의 고립사고가 일어났는데 모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데이트를 즐기다가 썰물 때가 되도록 빠져나가지 못한 연인들이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북한산과 수락산에 올랐던 등산객들이 벼락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등산 스틱을 비롯해 전도체 역할을 하는 각종 장비들을 지니고 산에 오르는 만큼 천둥번개가 예상될 시에는 등반을 포기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 될 것 같다.
3주 전 직장 산악회원들과 함께 키나바루산을 등정하고 돌아왔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북쪽에 위치한 키나바루산은 해발 4,095m에 이르는 동남아시아 최고봉이다. 3,400m 캠프에서 새우잠을 자고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2시 반에 출발을 했는데 정상까지 남은 700여m는 하나의 바윗덩어리라고 불러도 될 만큼 거대한 암산(岩山)이었다.
그러나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험준한 바위산을 오르면서도 조금도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곳곳에 설치된 로프를 비롯해 등산객들의 안전을 고려한 각종 장치들이 세심하게 준비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에서는 비록 뒤져 있지만 말레이시아가 우리보다 선진적인 안전의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사고 발생만큼은 선진국과 후진국이 따로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