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활여건 개선 미흡 외자유치 차질 예상

외국병원 원점 재검토<br>재경부 "사실상 반대" 곤혹 국내의료계등 반발 거셀땐 연내법안통과 장담못해

정부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구상이 예상하지 못한 격랑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치될 외국병원의 내국인 환자 진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투자할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할 경우 외자유치의 차질이 예상된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7월 경제자유구역단을 설치한 후 ‘동북아 허브’를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로 외국인병원 설립을 들었다. 외자유치와 연간 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해외원정 진료 등을 흡수, 부자들의 지갑을 열겠다는 양 날개 효과를 노린 것이다. 지난달 10일에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국인의 진료 허용과 함께 외국인 지분 10% 이상의 외투기업에 대해서도 병원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오갑원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은 입법예고 후 “해외에 쏟아붓는 의료비용과 국내 의료수준 업그레이드 효과 등을 따지면 궁극적으로 국부창출”이라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올들어 미국 펜실베이니아ㆍ하버드병원 등과 병원설립을 위한 구체적 논의단계에 들어가는 등 발걸음도 빨라졌다. 김 장관의 8일 발언에 대해 재경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김 장관의 발언은 외견상 공청회 등을 통해 국내 의료업계의 의견을 보다 충분하게 수렴해야 한다는 원칙적 차원으로 비춰지지만 최근 복지부가 보여온 행보를 보면 상황이 꼬여간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최근 재경부에 보낸 서한에서 “병원설립 자격을 외투기업으로 확대하면 외국인이 지분을 소유한 상당수 국내기업이 병원운영에 뛰어들어 난립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이는 동북아 중심병원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는 이를 사실상의 반대의견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가 이처럼 외국인병원 설립과 관련한 재경부안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국내 의료기관들의 저항이 예상보다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단체들은 “준비되지 않은 사실상의 의료시장 전면개방”이라며 반대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 폐기와 의료개방 저지를 목표로 출범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500~1,000병상 규모의 외국병원이 수지를 맞추려면 50만~150만명의 배후인구가 필요한데 이 병원이 인천에 들어선다면 수도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참여확대와 영리법인화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외국병원에 대한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화 허용은 연쇄적으로 국내병원의 영리법인화 및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초래해 현재도 극심한 의료서비스 이용의 빈부격차를 확대한다는 것. 의료계에서는 특히 “국내병원이 외국병원과 경쟁하려면 고급진료를 할 수밖에 없고 결국 국내병원 의료비도 상당 부분 상승하게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외국병원 도입과 민간의료보험제도 도입을 병행할 경우 보험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유층부터 빠져나가 서민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한 미국의 경우 전국민의 15%(4,300만명)가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진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 물론 재경부의 논리는 여전히 확고하다. 외국인병원 설립이 1~2곳에 불과하고 본격활동은 4~5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의료계가 이에 대비하고 보험체계도 정비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외 고급 의료수요를 흡수할 경우 의료기반도 확충되고 고용확대도 가능하다는 것.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외투기업이라고 무조건 허가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브랜드만 프랜차이즈해서 들여올 경우 국내병원 하나가 더 들어오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국내 의료시스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경부의 이 같은 논리에도 불구, 김 장관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양측의 대결구도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반대한다고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올해 법안이 통과된다고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곤혹스러움을 나타냈다. 그는 “당초 일정대로라면 늦어도 연말까지는 법안이 통과돼야 하지만 반대가 심할 경우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며 “결국 상층부에서 (정치적 차원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외국병원 설립이 내년 이후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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