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이렇게 나쁜 줄 몰랐다. 새로 거듭나야 한다", "앞으론 전문가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낮 금감원내 50개가 넘는각 실.국의 핵심인력인 팀장들 전원을 갑자기 불러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금감위.금감원 조직개편이 목전으로 임박한 시점에서 사전예고도 없이 이뤄진회동이어서 참석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윤 위원장의 `입'에 모아졌다.
이 자리에서 윤 위원장은 감독당국에 대한 시장의 여론이 극히 악화돼있다고 강하게 질타한 뒤 지난해 8월 취임 이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일성으로 "취임 이후 금융시장의 소리를 들어보니 감독당국에 대한 시중여론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나쁘다"고 운을 뗀 뒤 `군림하는 감독기관'이라는 오명을 씻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위원장은 "최근 부패방지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감독당국이 (상위인) 5위를 차지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시장은 감독기관이 군림만하고 제대로 일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위원장은 "최근들어 직원들이 오전 9시30분이 돼서야 출근하는 등 기강도 매우 해이해졌다"면서 "그런데도 노동조합이 출근시간을 오전 9시30분으로 30분이나 늦춰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참석자들의 노조가입 여부까지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감독당국이 금융시장의 통상적인 출.퇴근 시간에 대한 고려없이 오전 9시이후 출근하고 있어 `감독 사각시간'이 발생하고 업무협조에 공백이 생긴다는 시장의 불만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윤 위원장은 조만간 단행될 조직개편과 인사를 의식, "앞으론 전문가만이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각자 우물을 파되 깊고 넓게 파야 한다"면서 향후 조직운영의 기조가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그는 금감원의 고액연봉 문제를 거론, "여러분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는 만큼 시장에 대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감독당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들이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았던게 그마나 다행"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참석자는 "윤 위원장의 강한 질타로 인해 점심식사 분위기가 매우 무거웠다"면서 "조직개편을 앞두고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