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터키, 이라크 침공 준비 '전운 고조'

국경넘어 쿠르드족 반군 소탕 작전 동의안 제출<br>이라크와 전면전 가능성… 美선 즉각 자제 촉구


터키가 자국내 쿠르드족 저항세력 소탕을 명분으로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면서 중동에 전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북부 이라크에 사실상의 쿠르드족 자치정부가 수립돼 있는 상황에서 터키와 이라크간의 전면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이라크 북부에 근거지를 두고 터키를 공격해온 저항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게릴라들을 소탕하기 위해 이라크 북부 지역 국경을 넘어 군사작전을 벌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동의안을 이날 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터키군의 일방적 군사행동에 대한 우려가 커질 때마다 "군사작전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작전가능성을 부인했던 터키 정부로선 사실상 쿠르드족 전체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다는 분석이다. 터키 의회가 군사작전권을 승인할 경우 터키군은 향후 1년간 이라크 국경지대에서 군사행동을 벌일 수 있게 된다. 터키 정부의 이번 강경책은 최근 이라크 국경 인근에서 PKK의 습격으로 자국병사 13명이 숨지는 등 쿠르드족과의 충돌로 인명피해가 빈발하면서 나왔다. 터키군이 쿠르드족 게릴라 추적을 위해 이라크 국경을 넘은 것은 1997년이 마지막이었다. 미국과 이라크 정부는 즉각 터키 정부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터키 정부가 지역안정을 해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고,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도 터키 정부와 긴급회담을 가질 준비가 돼 있다며 이라크ㆍ터키 국경에서 증폭되고 있는 위기를 크게 우려했다. 쿠르드족은 팔레스타인과 함께 중동의 '뇌관'이다. 이라크에 쿠르드족 자치정부가 세워지면서 독립ㆍ통일 논의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이는 중동의 지정학을 바꿀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3,000만명으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의 거주지는 1차대전후 오스만터키제국이 붕괴되면서 여러 나라로 조각났다. 쿠르드족은 각자가 속한 나라의 정세가 불안해질 때마다 무장투쟁까지 불사하며 분리독립 운동을 벌이고 했다. 50~60년대 격렬한 투쟁을 거쳐 70년대 진정세를 보였지만 1984년 무장대원 1만여명을 확보한 PKK가 조직되면서 다시 활발해졌다. 이후 90년대 말까지 한동안 잠잠하던 쿠르드족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후세인 정권의 붕괴, 그리고 북부이라크에 사실상의 쿠르드족 자치정부 수립을 기회로 독립 운동을 강화, PKK가 북부이라크를 근거로 터키에 대한 무장투쟁을 재개한 것이다. 터키군이 이번에 이라크 국경을 넘을 경우 PKK 게릴라 소탕에 그치지 않고 이 지역 쿠르드족 자치정부와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는 의회에 군사작전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의회 승인은 필요한 경우 가장 빠른 속도로 군사 행동을 벌이기 위한 것일 뿐, 곧바로 이라크 국경을 넘는 소탕 작전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며 여지는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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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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