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기업 "부동산 큰손"

분당 업무용지.테헤란밸리 빌딩 일시불 매입벤처기업들이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재고토지로 남아있던 분당 신도시 업무용지를 일시불로 대거 사들이는가 하면 테헤란밸리에 있는 수백억원짜리 빌딩을 통째로 매입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부동산 매입은 주가급등과 수익증대등으로 대박을 터뜨리자 사내 유보금이 급격히 늘어난데 따른 것. 벤처기업들은 사세확장에 따라 매입 부동산을 주로 사옥으로 활용하거나 업무영역 확대를 겨냥한 업무·연구시설등의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벤처 창업투자회사인 KTB(한국종합기술금융)는 해양수산부가 청사로 사용하던 서울 역삼동 진솔빌딩을 최근 635억원에 사옥용으로 매입했다. 매입자금은 주로 주가가 치솟은 보유 벤처주식 매각대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오는 6월께 여의도 셋방살이를 청산하고 번듯한 새사옥에 입주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업체인 다우기술은 선릉역 인근에 신축중인 빌딩을 240억원에 사들여 데이터센터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헤란밸리의 빌딩이 마땅치않자 아예 땅을 사서 사옥등을 짓겠다는 벤처기업도 줄을 잇고있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올들어 3월까지 터보테크와 아시아벤처등 모두 6개 벤처기업이 분당신도시 업무용지 11필지 5,603평(345억원)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 한해동안 분당 업무용지 총 판매건수 26필지의 42%에 해당하는 것이다. 토공 관계자는 『신도시 개발이후 팔리지않던 악성 재고토지가 이처럼 쉽게 매각될 줄 생각도 못했는데 대부분 업체가 땅값을 일시불로 지급했다』며 벤처기업의 자금력에 혀를 내둘렀다. 두루넷은 지난달말 야탑역 인근 업무용지 4필지(2,125평)를 매입,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신축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또 사옥용으로 서울 서초동 아태빌딩 20층 가운데 15개층을 부분 매입하기도 했다. 아시아벤처와 터보테크는 분당 초림역 인근 업무용지 각각 1필지 446평을 사들였고, 와이티씨텔레콤도 백궁역 인근 업무용지 1필지를 21억9,000만원에 매입, 지상 5층 규모의 사옥및 인터넷방송 메인스튜디오로 활용할 계획이다. 돈방석에 앉은 일부 벤처기업들의 이같은 부동산 매입에 대해 업계 내부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업무상 필요한데도 벤처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안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과 반대로 부동산등 고정자산을 늘리는 것은 벤처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실제로 새롬기술의 오상수(吳尙洙)사장은 지난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본잉여금등 사내 유보금으로 벤처기업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옳지않다』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기 전에는 부동산 매입을 고려치않고 기술개발에만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한때 사옥매입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대치동 성원빌딩을 사들인 미래산업의 관계자는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이곳저곳을 옮겨가야 하거나 사무공간이 여러 곳에 분산돼 업무통합과 의사결정에 지장을 받는 벤처기업이 많다』며 『기술개발과 업무영역 확장을 위해서는 사옥이든 기타 용도등 부동산 매입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배기자LJB@SED.CO.KR 민병권기자NEWSROOM@SED.CO.KR 입력시간 2000/03/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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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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