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증시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지만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끝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20일 새벽(한국시간) 1.4분기 주당 순이익이 34센트로 작년 동기 26센트에 비해 25%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의 기대치인 31센트를 크게 웃도는수준이다.
이에 따라 인텔 주가는 미국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22.63달러로 42센트 오른데 이어 시간외거래에서도 23.36달러로 73센트 추가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7.91포인트 상승한 940.36으로 장을출발한 뒤 오전 한 때 950선 근처까지 올라섰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거 2∼3%상승률을 보였다.
지수가 달아오르자 일부에서는 최근 급랭한 투자 심리가 훈훈하게 덥혀졌다는 분석을 내놓았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성급하게 지난 1월 삼성전자 실적 발표 후 이어진 랠리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은 투자자들의 희망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선물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현.선물 가격 차이인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을 나타냈고 자동으로 프로그램 매매가 물량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거래가 많지 않은 장에서 프로그램 매매가 매물을 내놓자 지수는 출렁거리며 오후들어 930선까지 떨어졌다.
다만 매물 공세가 다소 약화되면서 지수도 상승폭을 조금 회복해 오후 2시20분현재는 5.79포인트(0.62%) 오른 938.24를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 증시에서 일본 닛케이 평균과 대만 가권지수도 오전 중 1% 넘게 뛰었다가 밀려나 오후 2시 현재 닛케이 평균은 상승률이 0.54%에 불과하고 가권지수는 오히려 1% 넘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거시적인 미국 경기가 논란거리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실적은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인텔 실적은 좋았지만 주택 관련 지표가 급랭하는 등 실물 경기 둔화를 예고하는 지표가 함께 나와 미국 증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5월초 미국 금리 결정일까지 하루하루 발표되는 경기관련 지표에 따라 증시가 출렁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동원증권 김세중 애널리스트는 "인텔 효과로 920선을 지켜냈지만 유가 급등, 미국 증시 불안정 등의 부정적 요인이 있기 때문에 지수가 방향을 완전히 틀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