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로 아시아 (키쇼어 마흐부바니 지음, 북콘서트 펴냄)<br>中·印 중심 거대한 경제·사회 르네상스 나타날것<br>美·유럽 기득권 싸움보다 동·서양 조화 모색을
| ▲ 만모한 싱(왼쪽) 인도 총리와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지난 1월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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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에서 서구 지배의 시대는 끝나고 있지만 아시아 사회에서는 거대한 르네상스가 나타나고 있다. 서구는 이제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전략적인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인 세계적 석학 키쇼어 마흐부바니는 아시아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날은 머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돼 역사는 200년 전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주장이다. 정말로 저자의 예언이 실현될 수 있을까. 2050년쯤 되면 세계 경제의 중심지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일본 등이 포진해 있는 막강한 아시아가 될 것이란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정치, 경제, 군사 모든 면에서 패러다임을 잡고 있는 서구 국가들이 과연 주도권을 아시아에 순순히 내줄지는 미지수다.
◇중국ㆍ인도가 주도하는 아시아 부활 = 개발 도상 상태의 아시아 전역에서 실용주의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하는 중국과 중국을 따라가는 인도, 급성장하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등이 바로 그곳. 경제적 실리를 중시하는 문화는 이제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대세다. 2004년 중국은 3만명 이상이 박사학위를 받았고 20만명 이상의 공학도를 배출했다. 이러한 인재들은 중국 과학의 원동력을 가속화해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일본의 경쟁자들을 앞서가고 있다.
인도의 발전도 눈부시다. 인도에 휴대폰이 보급되는 추세는 한가지 사례다. 2006년 12월 처음으로 한달 동안 휴대폰 신규 가입자 수가 700만명을 기록, 중국을 능가했다. 인도의 휴대폰 사용자 숫자는 90년대 800만명에서 2010년 5억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휴대폰 보급은 단순히 통신 발달에만 그치지 않고 경제ㆍ사회적 부가가치를 극대화해 국민 소득을 높이는 부수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주도하는 아시아의 부활은 상상을 넘어서는 가속도를 낼 것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미국ㆍ유럽 등 서구의 저항과 도전 = "미국과 유럽 등 서구는 가난을 탈피하고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아시아 국가를 향해 결코 축가를 불러주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서구가 순순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 서구는 합리적 실용주의에 순종하는 아시아를 따뜻하게 포용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인즉, 서구는 자신의 우위를 유지하고, 이익을 보호하고, 자신의 정치ㆍ경제적 가치를 증진시키려 하기 때문. 수세기 동안 이어져오던 서구국가들의 상대적인 물질적 우위가 한 순간에 사라질지 모른다고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컬럼비아대 경제ㆍ법학 교수인 자그디시 바그와티가 말했던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서구는 1980년대 일본을 헐뜯었고, 1990년대 아웃소싱에 관해 인도를 헐뜯었으며 이제 2000년대는 중국을 씹어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시아의 근대화 행진이 서구와 세계 모두에 이익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제 동양과 서양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모두에게 행복한 대안을 찾자고 제안한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아시아의 부활을 주도하는 인도가 동서 양측을 중재하는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도는 기원전부터 산업혁명 전까지 동양과 서양의 문명이 만나는 장소였다는 점을 저자는 상기시킨다. 인도가 서구와 아시아의 문명ㆍ사상ㆍ정치적 충돌을 완화시켜 주고 포용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