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도 국민도 비관적인 내년 경제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경제상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꼽힌다. 경제주체들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좋아지고 반대로 나빠지리라고 믿으면 멀쩡하던 경제도 어려워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흔히들 경제는 심리라고 말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래서 기업도 국민도 내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액 상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3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현재 경기상황이 극심한 침체국면이라고 답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4%대라는 응답이 44.8%, 3%대가 33.1%, 심지어 3% 미만이라는 응답자도 15.7%나 됐다. 올해 성장률이 5%로 추정되는 점에 비춰볼 때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일반국민도 마찬가지다. 갤럽 국제조사기구가 57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경제전망 조사 결과 한국 경제가 내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우리 국민은 10%뿐이었으며 51%가 나빠질 것, 35%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은 조사 대상국 중 세번째로 높은 것이다. 경제주체들이 내년 경제를 우울하게 내다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내외 경제환경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 우선 환율하락과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 등으로 수출 채산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도 복병이다.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급등과 거품 붕괴, 가계부채 급증과 금리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및 금융부실 가능성 등이 우려되고 있다. 투자부진과 이로 인한 고용사정 악화도 여전하다. 특히 대선에 따른 정치와 정책 불확실성 가중까지 도사리고 있다. 기업과 가계가 믿고 기댈 만한 구석이 거의 없는 셈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은 투자ㆍ소비기피 등 소극적ㆍ보수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경제난 심화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투자 확대, 그리고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면서도 급락이 아닌 연착륙 대책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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