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자자 誤導에 대한 증권사의 책임

지금 세계 금융의 중심지 미국 뉴욕의 월 스트리트는 메릴린치 사(社)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증권사이기도 한 메릴린치가 주식을 잘못 추천, 투자자를 오도(誤導)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천문학적인 벌금을 납부키로 함으로써 그 여진(餘震)이 가져 올 불똥을 잔뜩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가볍게 보아 넘길 수도 있겠지만 우리 증시에서도 그 같은 일이 표면화만 되지 않았지 관행처럼 있어 왔다는 점에서 사태의 추이가 관심을 끈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들은 사내에서는 '스레기'로 평가했던 인수대상 기업의 주식을 대외적으로는 '매입대상'으로 상향 조정해 투자자들에게 권유한 혐의를 받아왔다. 메릴린치는 이 사건을 수사해 온 뉴욕주 검찰과 지난주 1억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 형사소추를 면제 받았다. 애널리스트의 주식 추천과 관련, 1억달러(한화 약1,250억원)라는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지불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는 별도로 투자자들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메릴린치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메릴린치의 자업자득으로 치부 할 수 있지만 한국도 최근 UBS워버그 보고서 파문에서 보듯 증권사의 '도덕적 해이'와 애널리스트의 공정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증 해 볼 때도 됐다는 교훈을 던지고 있다. 사실 요즘처럼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되고 있는 적도 별로 없었다. 과거 경제규모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던 데다 증시에 대한 관심도 낮아 애널리스트에 대한 인식은 투자자 등에 한정된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애널리스트가 기상 예보관처럼 경제의 하루 흐름을 짚어 주는 경제 예보관과 같은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따라서 애널리스트는 소신과 주관을 갖고 경제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할 책무가 있다. 여기에 사적인 감정이나 회사의 이해관계가 개입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메릴린치가 곤경에 빠지게 된 것은 애널리스트가 이 같은 책무를 해태(懈怠)한 때문이다. 물론 모든 책임이 애널리스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을 분석한 보고서가 회사 이익에 반하거나 제도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회수되거나 묵살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잘 해야 본전' 이라는 자조(自嘲)가 나돌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는 애널리스트의 기업 분석과 관련, 소송사태에까지 가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경우는 다르지만 이번 UBS워버그 파문은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많은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메릴린치 사태는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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