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바이오뱅크' 맞춤형 의학 첨병으로

"DNA·혈액 등 생체자원 활용 난치병 예방부터 치료까지"<br>英 UK바이오뱅크, 암환자 등 50만명 유전자 수집<br>생활습관·거주환경과 상관관계도 함께 밝혀 DB화<br>질병 발생 예측 가능… 내년께 치료제 개발 나설듯

바이오뱅크는 맞춤형 치료제 개발을 포함해 질병의 예방과 진단·치료에 일대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



"암ㆍ심장마비ㆍ뇌졸중ㆍ당뇨병ㆍ치매, 그리고 다양한 중증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도움을 요청합니다." 지난 4년간 한번이라도 의료기관을 찾았던 영국 국민들은 이 같은 내용으로 시작되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이 편지의 발송자는 세계 최초의 바이오뱅크인 'UK 바이오뱅크'다. 현재 이곳에서는 인류의 오랜 꿈인 개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50만명의 유전자 표본을 수집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의해 인간 유전자 지도가 만들어지면서 특정 질병유발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 치료제들이 개발되는 등 의료기술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당초 이 유전자 지도로 난치병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난치병들이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질병이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ㆍ주거환경 간의 복잡다단한 상호작용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유전자 지도만으로는 원인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유전자ㆍ습관ㆍ환경의 상관관계 바이오뱅크는 바로 이 같은 난제의 해법으로 제시된 신개념 생체표본 은행이다.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수집한 DNAㆍ인체조직ㆍ혈액ㆍ소변ㆍ타액 등의 생체자원을 활용해 암에서 관절염에 이르는 난치성 질환의 예방법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이 이곳의 목표다. 물론 기존에도 이와 유사한 취지의 인체자원은행들은 있었다. 하지만 바이오뱅크는 이들과 근본적 차이가 있다. 단순한 유전자 확보를 넘어 기증자의 생활습관과 거주환경을 함께 조사해 데이터베이스화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를 모두 알아야만 질병의 원인도 명확히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영국의 UK 바이오뱅크다. 영국 정부와 웰컴트러스트재단 등이 1억달러의 자금을 지원, 지난 2006년 8월 출범한 이 기관은 올해까지 자국민 50만명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다. 바이오뱅크의 특성상 기증자는 기본적으로 생체표본 제공에 더해 건강정보ㆍ신체정보, 심지어 커피를 얼마나 뜨겁게 마시는지 등 같은 사소한 습관까지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또 의료기관 방문시마다 건강정보들이 국영 보건 전산망을 거쳐 UK 바이오뱅크 서버로 자동 업데이트된다. 이것이 일견 사생활 침해로 보일 수 있지만 예상 외로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아 올 여름이면 50만명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집된 유전자 표본은 완전 자동화된 영하 24도의 냉동고에 보관되는데 공익적 목적의 프로젝트인 만큼 모든 표본과 데이터는 전세계 의료연구자와 신약개발자들에게 이용이 허용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를 활용해 유전자적 특성과 습관ㆍ생활환경의 상관관계를 밝혀 다양한 난치병 치료제의 개발에 나설 수 있다. UK 바이오뱅크 측은 그 시기를 내년쯤으로 보고 있다. 살아있는 실험사례 모음집 환자의 모든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뱅크는 연구자들에게 일종의 실험사례 모음집의 역할도 한다. 일례로 담배가 중년기 남성의 후두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면 바이오뱅크에서 후두암 진단을 받은 40~50세 남성의 데이터를 추출, 흡연자를 분석하는 것으로 즉각 확인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실험집단을 모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연구해야 했지만 바이오뱅크를 활용하면 직접 실험을 하지 않고도 실험결과를 확보할 수 있는 것. UK 바이오뱅크처럼 생물자원의 양이 풍부한 곳일수록 결과의 신뢰성 또한 탁월할 것임은 당연하다. 특히 이런 연구를 통해 밝혀진 성과들은 장기적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법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동일 질병의 환자라도 유전자와 습관ㆍ환경에 따라 원인이 다를 수 있어 각 환자에 맞는 최적의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특정인의 유전자ㆍ습관ㆍ환경정보를 파악하면 언제쯤, 어떤 이유로, 어떤 질병에 걸릴 것인지를 예측해 미리 대응할 수도 있다. 질병의 예방ㆍ진단ㆍ치료에 일대 혁신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러한 효용성에 주목, 영국에 이어 많은 국가들이 바이오뱅크 설립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미 국립보건원(NIH)이 UK 바이오뱅크에 자문을 받아 기본 타당성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UK 바이오뱅크 프로젝트의 정보과학책임자인 댄 메이시스 박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바이오뱅크와 같은 연구방식을 통해서만 각종 질병의 원인 파악이 가능합니다. 바이오뱅크가 활성화되면 의학은 단순한 의술이 아닌 엔지니어링 수준의 초정밀 기술로 바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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