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로펌 CEO들의 '리얼토크'] <8>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운동권' 딱지붙어 司試탈락 좌절… 美 유학 통해 해상법 권위자 우뚝<br>로펌 설립도 '깡'으로 밀어붙여… 믿고 맡기는 '마피아식 경영' 도입<br>英서도 인정받는 전문로펌으로 키워… 외형보단 내실 '만만디 전략' 고집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로펌 CEO들의 '리얼토크'] "아들에겐 '배짱' 하나 물려주고 싶어요"'운동권' 딱지붙어 司試탈락 좌절… 美 유학 통해 해상법 권위자 우뚝로펌 설립도 '깡'으로 밀어붙여… 믿고 맡기는 '마피아식 경영' 도입英서도 인정받는 전문로펌으로 키워… 외형보단 내실 '만만디 전략' 고집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김홍길기자 what@sed.co.kr 사진=이호재 기자 국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해상법 권위자. 삼면이 바다이면서도 개념조차 생소했던 한국에 해상법 관련 법률서비스에 대한 뿌리를 내리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법무법인 세창의 김현 대표변호사. 그는 20여년 넘게 ‘해상법’에 목숨을 걸고 있다. 로펌 수입의 절반 이상은 해상관련 자문이나 소송을 통해 통해서 얻어지고 있다. 요즘은 선박이 워낙 견고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져 서해안 원유유출 사고와 같은 해양오염 사고가 많이 준 탓에 관련 소송이나 자문도 많이 줄어 부동산ㆍ건설분야 일도 많이 하고 있다. 그래도 세창하면 국내에선 첫째 가는 해상로펌임을 부인할 수 없다. ◇생김새와 180도 다른 외유내강형= 김 대표는 92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하다 귀국해 세창을 설립한 후 한 우물로 승부, 국내 굴지의 해상전문 로펌으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김 대표를 보면 전형적인 ‘범생이(공부를 아주 잘하는 모범생)’ 스타일을 떠올리게 된다. 자그마한 체구에 소년 같은 외모, 그리고 학구열 짙은 인상 때문이다. ‘도대체 세창을 이렇게 까지 키울 수 있었던 강단은 어디서 나온 걸까’ 하는 호기심도 났다. 김 대표는 스스로 “외유내강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시절 공부 잘 하는 학생 축에 끼었다. 그러다 젊은 혈기를 못 참고 데모에 딱 한 번 참여했는데 주동자로 찍히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 후 행정고시, 사법시험에 잇따라 합격했지만, 최종 관문인 면접에서 탈락하는 좌절을 겪었다. 할 수 없이 김 대표는 대학원에 진학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로는 ‘운동권’ 딱지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 당시에도 동양인에 대한 편견과 괄시가 없지 않았다. 김 대표는 귀국해서도 또 한번 좌절을 겪었다. 미국서 해양법 실무까지 경험하고 귀국했지만, 국내 반응은 싸늘했던 것이다. 그는 해상법을 배워 귀국하면서 돈을 벌겠구나 생각했는데, 기대만큼 호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아픔을 수없이 거치다 보니 김 대표는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배짱(깡)’이 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절대 좌절하지 않겠다”며 수없이 되뇌고는, 기어이 국내 최고의 해상로펌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김 대표는 “외국에서 경험한 해상로펌은 나의 미래였다”며 “세창도 해외의 이름있는 로펌처럼 만들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17년 후 김 대표는 약속을 지켰다. 김 대표는 생김새와 달리 “남자는 배짱(깡)이 있어야 한다는 잭 웰치 회장의 말에 100% 공감한다. 아들한테 하나를 줄 수 있다면 ‘깡’을 주고 싶다”고 했다. ◇외국 로펌도 제휴 원할 정도= 세창은 국내 유일의 해상법 전문 로펌이다. 영국 스티븐슨 하우드 등 세계 유수의 해상 로펌과 20년간 제휴를 맺고 일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한ㆍ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해상법이 강한 영국 로펌 중 몇 군데서 세창과의 제휴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김 대표는 “한ㆍEU FTA가 체결되면 영국 유수의 해상로펌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20여명 규모의 세창이 자본과 인력으로 똘똘 뭉친 영국 로펌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하지는 않을까. “그런 위험은 항상 있다. 그런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김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영국 로펌들은 사실상 세창 등 국내 로펌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다. 지난 20년간 국내 로펌들은 영국 로펌의 심부름을 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영국에서 공부한 변호사들도 충원하는 등 상당한 경쟁력 회복했다. 영국과 국내 로펌의 한국 시장점유율이 과거 9대1 정도로 비교가 안됐지만, 최근에는 2대8 정도로 크게 앞질러 있다. 그리고 다른 로펌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전문성도 있고, 해외 변호사들과의 네트워크도 특히 강하다.” 한마디로 역M&A 당하는 등의 걱정은 붙들어 매라는 얘기다. 해상분야 관련해서는 해외 로펌의 어떤 공략도 세창이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들렸다. ◇ 김 대표에게는 '은인'이 있었다 ‘운동권’ 김 대표가 해상법 권위자로 거듭 날 수 있었던 것은 송상현 교수를 만나면서부터다. 송 교수는 김 대표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81년, 처음 해상법을 소개해 준 사람이다. 당시에는 송 교수가 국내 1호 해상 전문가였다. 김 대표는 이때 ‘해상법을 배워서 돈을 벌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송 교수는 김 대표가 미국 현지서 유학할 수 있도록 코넬대에 추천해 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둘의 관계는 ‘사제지정’을 훨씬 뛰어 넘는다. 김 대표는 송 교수를 ‘삶의 은인’이라며 입버릇처럼 말하고, 매년 새해 첫날에는 송 교수 댁을 찾는다. 김 대표는 “새해에 인사 가는 유일한 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송 교수와 뜻이 안 맞은 적이 딱 한번 있었다. 빌 게이츠 MS회장의 조부가 설립한 미국 시애틀에서 가장 큰 로펌인 보글&게이츠에서 일을 마치고 귀국할 때다. 송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국내에 해상전문 로펌을 세워보겠다”고 의견을 묻자, 송 교수는 “아직은 힘이 드니, 당시 잘 나가던 김앤장의 하청을 받는 식으로 사무실을 꾸리는 게 좋겠다”고 충고한 것. 그러나 김 대표는 법무법인 화우의 전신인 우방에 입사해 해상팀을 꾸려보고 싶다고 했고 거절당하자, 바로 박차고 나와 스스로 법무법인 세창을 세워 독립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1년만에 김 대표 혼자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해상사건이 폭주했다. ◇'마피아식 경영' 즐기는 CEO 김 대표는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마피아식 경영’을 일찌감치 도입했다. 마피아식 경영은 한마디로 부하직원을 과감하게 믿고 모든 일을 위임하라는 것. 그는 “구성원 변호사를 일단 믿으면, 과감하게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라며 “‘위임하라, 또 위임하라, 더 많이 위임하라’는 마피아식 경영이 내게 맡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일은 과감하게 맡기지만,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여차 없이 깨는 경우가 많다”며 “접시는 닦다 보면 깨지기 마련이지만, 이를 통해 서로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기 때문에 윈윈(Win-Win)해서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외형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CEO다. 다른 로펌을 M&A 하기 보다는 전략적 제휴를, 그리고 변호사수를 급격히 늘리는 것보다 매년 1명씩 업무가 늘어날 때마다 채용해 연수 등 교육을 시켜 세창맨으로 길러내는 ‘만만디’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강조하는 국내 보기드문 CEO이기도 하다. 그는 “영국 로펌이 전세계 법률시장을 장악한 것은 바로 고객에 대한 완벽한 서비스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서비스 정신만이 국내 로펌의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가정적인 CEO로 정평이 나 있다. “가정이 화목해야 마음이 평화롭고, 그래야 업무처리도 잘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구성원 변호사들에게도 늘 ‘가정’을 강조한다. 그 역시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도 밤 9시를 목표로 귀가를 서두른다. 아이들이 자기전 얼굴을 맞대고 책을 읽어주기 위해서다. ■ 법무법인 세창은해상분쟁·보험·무역분야 법률서비스 국내 최고수준 법무법인 세창은 자타가 공인하는 해상분쟁 전문 로펌이다. 미국에서 해상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현 대표가 1992년 귀국해 설립한 세창법률사무소가 모태다. 이후 송해연(해상법), 나종갑(지적재산권), 이광후(건설) 변호사 등이 합류하면서 업무영역을 넓혔고 1999년 현재의 법무법인 세창으로 탈바꿈했다. 세창은 해상, 보험, 무역 등의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동호 사건, 파자바하리 호 사건 등 대형 해상 소송을 모두 승소로 이끌어 업계를 놀라게 했다. 2003년에는 아시아퍼시퍽 500대 로펌에 선정, 해상분야 강자로서의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현재 태안의 기름 제거작업을 총괄하는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측 대리를 맡고 있다. 세창은 국내변호사 10명, 외국변호사 1명, 변리사 2명, 고문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형 로펌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각 분야의 최고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어 전문성 만큼은 업계 최고라는 평이다. 최근에는 수익형민간투자사업(BTO)에서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자문영역을 넓히면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선두주자로 부상했으며 43개 기업에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김현 약력 ▦1956년 서울 출생 ▦1975년 경복고등학교 졸업(50회) ▦1980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34회) ▦198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법학 석사, 사시 25회 합격 ▦1984년 미국 코넬 대학 법과대학원 법학 석사 ▦1985년 미국 워싱턴 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 석사, 미국 보글 앤드 게이츠 법률회사 근무 ▦1990년 미국 워싱턴 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 박사 ▦1991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 취득 ▦1992년 세창법률 사무소 설립 ▦1997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 43기 수료 ▦1999년 법무법인 세창 설립, 대표 ▦2001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 51기 수료 ▦2007년~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국제변호사협회 한국 이사 등 ▦선주책임제한, 상표권 남용방지, 해상법원론, 건설판례 이해하기 등 논문·저서 다수 입력시간 : 2008/01/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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