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다빈치 코드'를 보지 말자고?

개봉도 안된 영화 한 편에 기독교계가 떠들썩하다. 댄 브라운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다빈치 코드’ 때문이다. 보수적 기독교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영화 다빈치 코드 상영 반대운동을 벌이기 위한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하고 전국 교회가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사학법 투쟁으로 부쩍 기독교계와 친해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까지 “다빈치 코드 같은 영화 상영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이대로라면 영화가 개봉될 오는 5월에는 광화문 앞 촛불집회라도 열 태세다. 돌이켜보면 종교계와 영화가 쌍심지를 켠 게 새로운 일은 아니다. 지난 84년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는 불교계의 반발에 부딪혀 제작 중간에 영화를 엎어야 했다. 한기총은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기독교단체에 다빈치 코드 상영반대 협조를 요청했다고 했지만 미국 가톨릭계와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은 진작에 영화 개봉에 맞서 ‘다빈치 코드 깨기’ 작전에 돌입했다. 긴말이 필요 없는 논쟁이다. 거창한 표현의 자유나 민주주의까지 들먹일 것도 없다. 영화는 그저 허구요, 대중이 즐기는 문화일 뿐이다. 기독교계는 “영화가 예수 그리스도를 보통의 인간으로 모욕하며 교회의 존재를 뿌리째 말살하고자 한다”고 주장하지만 영화 한 편으로 교회의 존재가 부정될 정도로 기독교가 연약한 존재는 아니다. 새로운 내용도 아닌 베스트셀러 원작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옮겼을 뿐이다. 기독교계는 믿음이 약한 신자들이나 청소년ㆍ비기독교인들에게 영화가 사실로 받아들여질까 걱정하고 있다. 그 정도로 걱정되면 영화 상영을 반대할 게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기독교의 진리와 믿음을 교회 스스로 증명하면 그만이다. 한기총의 대표회장은 “최소한 한국에서는 이런 반기독교적인 영화가 도저히 발붙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으로 인해 자칫 한국이 최소한의 문화적 관용과 다양성도 용납되지 않는 사회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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