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17일] 아리수 선택은 소비자 몫

서울시가 새로 짓는 건축물에 서울의 수돗물인 ‘아리수’ 직결음수대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아파트와 백화점ㆍ종합병원 등 공동주택 및 일반건축물을 지을 때 복도와 같은 공용 부분에 아리수 직결음수대를 설치하지 않으면 건축허가조차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서울시민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아리수를 먹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대통령령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국토해양부령인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의 개정안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한 상태다. 음용수 설치에 관한 규정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개정한 후 직결음수대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조례까지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건물을 짓는 데 추가적인 규제가 발생하는 것이어서 반발이 예상된다. 한 대당 100만원 안팎인 직결음수대 설치 비용 역시 건축주가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시중에는 수십 종류에 달하는 다양한 브랜드의 생수와 정수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리수 음수대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건축주 및 건물 이용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물을 선택할 자유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바로 마시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서울시는 아리수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45개 수질검사 항목에서 모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한다. 또 음수대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은 시민들이 수돗물을 편리하고 깔끔하게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몸에 좋은 수돗물을 시중 생수나 정수기 물에 비해 저렴하게 제공하고,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서울시의 의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를 강제하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사전 안내 없이 물이 끊기고 수돗물에 녹물이 섞여 나온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 일반 생활용수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어떻게 마시는 물의 품질을 믿고, 안심하고 마실 수 있겠는가. 서울시는 오히려 아리수의 품질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음수대 및 상수도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어떤 제품이건 품질이 우수하면 소비자들은 금새 알아보고 선택한다. 아리수가 다른 물보다 물맛이 더 뛰어나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시민들이 느낀다면 강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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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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