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지점장이 5억 불법송금

中企간부 수십억 횡령 골프장·콘도 매입…유령회사 설립 투자위장 5,000억 중개도

관세청이 3일 발표한 환치기사범 특별조사 결과는 부유층의 재산 해외도피 행태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더욱이 현직 은행지점장과 정상적인 환전상까지 개입하는 등 불법 외환거래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이 그대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사상최대’라는 적발규모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 관세청의 조사인력 100여명을 한꺼번에 4개월간 투입하지 않았다면 표면화되지 않고 넘어갔을 사안이 대부분이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환치기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지만 조사인력을 환치기 적발에만 투입하기는 어려운 사정이어서 특별조사기간에 집중조사하는 것 이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다음은 환치기 주요 사례. ◇현직 은행지점장이 재산도피 알선=국내 모은행 지점장 S씨(49)는 사업을 하는 장인의 부탁을 받고 미국의 처남에게 주택구입자금 5억원을 불법 송금했다. S씨는 자기가 근무하는 은행지점에 본인과 부인 명의로 3억5,000만원, 장인과 장모 명의로 1억5,000만원을 예금했다가 전문 환치기업자의 계좌로 이체한 뒤 미국으로 빼돌렸다. S씨의 처남 K씨는 이 돈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47만달러(미화) 상당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사들였다. ◇횡령한 돈으로 골프장ㆍ콘도 매입=중소업체의 관리부장인 P씨(47)는 회사 자금관리 책임자로 공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뒤 뉴질랜드에서 부인 명의로 시가 15억원짜리 골프장을 사들였다. P씨는 횡령한 돈의 일부인 4억3,000만원을 환치기 수법으로 반출한 사실이 드러났고 나머지 돈을 반출한 수법에 대해 계속 조사를 받고 있다. ◇환전상이 외화 불법매각=한국은행에 등록한 환전상 K씨(45)는 여행사에서 입수한 해외여행자 명단을 도용해 1인당 3,000~5,000달러의 여행경비를 환전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으로 2,600만달러를 조성했다. 그는 이렇게 마련한 달러를 은밀한 해외송금 자금이 필요한 무역업자 등에게 고액의 수수료를 받고 팔았다. K씨의 고객들은 주로 골프공 수입업체 등 수입상품 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신고하는 수법으로 관세를 빼돌린 업자들로 이들은 K씨에게 매입한 외화로 부족한 수출대금을 결제했다. ◇해외 직접투자 가장한 변형 환치기=환치기계좌 운영자인 K씨(60)는 사업내용이 없는 회사를 국내와 일본에 차려놓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송금을 원하는 사람을 모집한 뒤 무려 5,000억원의 자금을 불법으로 중개했다. 이 과정에서 K씨는 일본에 송금할 때는 해외 직접투자를 가장하고 일본으로부터 송금을 받을 때는 수출대금 결제로 위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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