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임대주택사업 활성화 하려면

이성근<경희대 행정대학원 교수·부동산학>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정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당시 공약으로 발표했고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건설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재천명됐다. 이는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한 규제조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그동안 국민정서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관점에서 임대주택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주된 원인으로 임대주택은 소형이고 열등재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 전세제도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여건, 분양사업에 비해 수익성은 낮고 사업위험은 크기 때문에 임대주택의 공급량이 부족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임대주택사업의 활성화시키기 위한 몇 가지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임대주택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민적 수요에 부응하는 중ㆍ소형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왔고 주택보급률도 높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을 ‘주거’보다는 ‘소유 및 재산증식’의 개념으로 인식해왔다. 정부의 세제ㆍ금융지원이 소형임대주택에 한정돼 일반인의 수요가 많은 33평 이상 40평형 임대주택은 전무한 상태다. 장차 임대주택의 유형을 다양화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면 직장 관계로 타 지역에서 일정 동안 근무하는 수요자들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도심재개발 과정에서 세입자에 대한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주택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은 임대주택시장을 활성화시키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도심재개발사업 주체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임대주택의 건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임대주택단지 주변에 교통 여건을 배려하면서 용적률을 확대해주는 유인책 등을 추가한다면 임대주택의 비율도 증가하고 임대주택시장이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셋째, 공공 및 민간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실질적 유인책인 택지 확보 및 정책개발을 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택지 중에서 임대주택 건설용지의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민간업체들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 예컨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그린벨트를 활용한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할 때 임대주택용 택지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해당지역 주민과의 갈등 및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장치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분양주택에 비해 자금회수의 장기화로 인한 임대주택사업의 위험을 줄이고 민간업체들의 임대주택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민간임대주택 공급자에게 세제상 인센티브 추가, 금융지원 확대, 인허가 비용 절감방안을 개발해 수도권에도 임대주택사업에 대한 택지확보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대책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임대주택의 사후관리와 저소득층 세입자 및 노인들을 위한 배려를 확대해야 한다. 경제불황으로 인해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영구임대아파트의 임대료 체납율은 26.3%에 달하고 있으며 남양주군 청학주공임대아파트의 경우에는 주변시세 및 임대료는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5%씩 일률적으로 임대료를 인상하도록 규정된 불공정 약관으로 인해 거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던 사례가 있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 차원에서 임대주택에 대한 실질적인 재정지원이 집행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최근 핵가족화와 고령화시대를 맞는 우리 사회구조상 독거노인을 위한 임대주택사업은 잘 정비돼 있는지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마련하는 정책적 배려 못지않게 미국의 노인ㆍ장애인을 위한 아파트 시설 및 주거환경을 검토해 우리 실정에 맞는 노인층을 위한 소형임대주택 건설에 특별한 주택정책을 미리 수립하고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대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저한 시장경제원리를 추구하기보다는 우선 대한주택공사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들이 중ㆍ소형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주거환경을 개선한 후 민간업체들에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는 세제상 인센티브를 추가해 임대주택 건설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지난해 국민적 합의가 배제된 채 추진됐던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으로 국론 분열과 사회 갈등만 심화시켰던 교훈을 잊지 말고 이제는 선진국 도약을 위한 정부 정책에 폭 넓은 의견수렴과 검증단계를 거쳐 국민적 신뢰감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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