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상승세 지속땐 경기전망 무의미"

■경제운용 비상<br>연말까지 오르면 5%대 성장 달성 회의적<br>달러하락세 주춤 환율 상쇄 효과도 감소

출렁이는 유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경기회복을 가로막을 것으로 보인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일 하반기 내수회복의 조건으로 ‘가계부채 부담완화’와 ‘하반기 유가 등 원자재 가격안정’을 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중순 ‘2ㆍ4분기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유가 움직임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경제전망 자체가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유가가 ‘2차 랠리’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은 우리 경제가 ‘L자형 장기침체’의 그늘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설마하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ㆍ고물가)’의 가능성도 점점 고조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잡고 있는 올해 우리 경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2%. 하반기 성장률은 5.0%로 낮췄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내수회복이 자꾸 지체되면서 5%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져나오고 있다. 국제유가가 20% 오를 경우 GDP 성장률은 0.4%포인트 가량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오른다는 게 연구기관들의 통설. 정부가 내부적으로 하반기 유가흐름을 31~32달러 수준으로 내다본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유가 수준은 분명 성장률을 갉아먹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유가상승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성장률이 0.5~1%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5%대 성장률이 ‘공허한 수식’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현 상황에서 경제운용의 가장 큰 변수는 유가”라며 “유가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4%대, 성장률은 4.5% 안팎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일단 현재의 유가 고공행진이 연말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한다. 강호인 재경부 종합정책과장은 “5% 성장률에 3.2%의 실업률로 스태그플레이션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구기관들의 분석은 다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31.12달러에 머물렀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올해 3ㆍ4분기 이후에도 배럴당 36달러 이상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도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7~8월 생산쿼터를 250만배럴 늘리기로 결정했지만 ▦중국과 미국의 석유수요 증가 전망 ▦OPEC 잉여생산능력 한계 ▦중동불안 지속 등에 따라 하반기 유가도 30~3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상승과 함께 국제 환율동향도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상반기의 경우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달러 약세 덕분에 파장이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6월 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 하락세가 주춤해져 달러 약세에 따른 고유가 상쇄효과가 감소되고 있다. 교역조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교역조건이 상반기(-1.9%)보다 더 나빠져 -4.7%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양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교역조건 악화는 국민들의 실질구매력과도 직결돼 국민들의 체감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유가 상승세가 세계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버너는 최근 “유가 강세가 지속되면서 70년대 미국경제에 불어닥쳤던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앞으로 1년 동안 G7 경제 전체의 성장률은 0.3% 위축될 수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수출에 타격을 가할 수 있고 전세계적인 GDP 성장률 둔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GDP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기여도가 100%에 달했던 한국으로서는 ‘설상가상의 형국’이 몰려오고 있는 셈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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