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다자주의와 지역주의 사이


[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다자주의와 지역주의 사이 홍현종 hjhong@sed.co.kr “상품이 국경을 넘지 못할 땐 군대가 넘는다(When goods can’t cross borders, armies will).” 서비스를 포함한 상품 및 자본의 국가간 이동이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글로벌 대세임을 ‘거칠게’ 표현한 말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다자(多者)간 자유무역주의의 큰 틀 속에서 권역별 지역주의가 공존하는 묘한 구조를 띄고 있다. 특히 21세기 들어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 가속화에 대한 일종의 반대급부로 지역별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지역주의가 확산되는 추세다. FTA가 다자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협상력을 분산시키며 체결해야 할 협정수가 급증함으로 인해 다자간 협상을 저해시킨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선 무역 전환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역외국가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경향 등으로 인해 다자주의를 촉진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FTA 찬성론자들의 견해다. 이들은 FTA 역내 회원국끼리 먼저 무역투자 자유화, 경제기술 협력을 강화하되 역외국들도 그 혜택을 입게 하고 나아가 다자간 무역제체도 보완해 나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자주의의 선봉자였다가 부시 정권 들어 실리를 쫓아 FTA를 밀어붙이는 미국의 생각이자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적어도 지난해까지 한국은 ‘FTA 후진국’이었다. 몽골과 함께 FTA가 단 한건도 없는 세계 두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칠레와의 협정 발효로 비로써 FTA 체결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첫번째 관문 통과 성적은 비교적 ‘괜찮게’ 평가되고 있다. 칠레와의 협정 발효이후 전자 자동차 등의 수출은 급증한 반면 우려했던 농산물 수입세는 증가율이 2~3%에 그쳤기 때문이다. 가장 걱정했던 포도의 경우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적이 향후 협상들에도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흔히 FTA 협상은 교역 상대국과의 대외 협상만 잘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에 못 지 않은 어려움은 국내 이해 집단의 반발에 어떻게 대처하는 가의 문제다. 집안 단속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FTA의 결과가 이익을 보는 승자와 패자 집단을 만들어 내는 게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가 지금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는 곳은 캐나다, 아세안 10개국 등 도합 20여개국에 달하고 있다. 국내 반발을 이해 당사자들의 조건반사적 집단 이기주의만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협상의 결과를 꼼꼼히 따져 국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정부가 협상력을 모아야 할 때다. 아무리 중장기적으로 FTA 당위성이 인정된다 해도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국내 산업 기반이 당장 흔들린다면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지금 부산에서 진행중인 APEC 정상 회의의 성격은 이른바 ‘개방적 지역주의’가 그 출발점이지만 다자간 무역체제도 지원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을 촉구하고 도하개발아젠다(DDA) 출범을 지지했으며 또 정부기술협정(ITA)과 무역 원활화 등도 주도해왔다. 세계 경제 및 무역을 주도하는 나라들이 대부분 APEC 회원국이라는 점에 부합하는 역할이다. 현재 APEC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은 역내 분파적 소지역주의다. 명분으로는 쪼개지는 것에 반대하고 다자간 무역체제에 기여해 왔지만 개별적으로는 온갖 배타적인 쌍무간 무역 협정을 맺고 있다. 올 8월 현재 회원국간 맺은 협정 26건, 회원국과 비회원국간에 맺은 협정은 이를 훨씬 넘어 55건이다. 회원국들의 겉과 속이 다름이 가늠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 세계 각국은 다자주의와 지역주의 사이 묘한 ‘이중 구조’의 상황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세상사가 늘 그렇듯이 모순되는 두 개념 사이 적절한 밸런스를 맞춰가는 게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경륜이요, 노련함이다. 개인이 그런 것처럼 기업도 정부도 그 점에선 다르지 않다. 입력시간 : 2005/11/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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