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볼만한 영화] ‘국화꽃 향기’

지하철에서 우연히 희재(장진영)의 용감한 행동(큰 대자로 의자에 누워있는 만취객을 깨워 앞에 힘들게 서있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만들어줌)을 훔쳐본 인하(박해일). 그는 선배를 따라간 대학 동아리 모임에서 희재를 다시 만난다. 하지만 희재는 선배의 연인이다. 그는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봉사활동하러 간 섬에서 희재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기습적으로 키스를 한다. 키스는 이별의 선물이 되고 희재는 선배와 결혼한다. 그러던 어느날 희재는 끔찍한 교통사고로 남편과 부모를 잃는다. 상실의 아픔으로 세상과 담을 쌓고 북디자이너로 일에만 몰두한다. 한편 희재 주변을 맴돌며 사랑을 지켜가던 인하는 라디오 PD를 하며 익명의 이름을 빌어 희재를 향한 사연을 전한다. 결국 지고지순한 이들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진다. `처음, 당신을 스쳤을 때 불어오는 바람에 국화꽃 향기가 났습니다. 잠시 호흡을 멈춥니다. 처음이란 운명에 나… 이렇게 뛰어들었구나. 그해 가을… 바람을 타고 그렇게 내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여인의 향기는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디딘 청년의 마음을 흔들고 그의 삶을 그자리에 붙잡아 둔다. 영혼을 흔들어놓았던 한 여자를 7년간 바라본 결과 결혼에 골인한다. 그리고 순탄치 않은 연인들의 여정에 가슴이 아파온다.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때까지 사랑하지만 오랜 이별에 비하면 사랑하며 추억을 만들어갔던 날들이 매우 짧다. 여인은 사랑의 흔적으로 예쁜 딸아이를 두고 떠날때면 가슴이 시리다.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해 하루에도 몇번의 추락과 비상을 감당해야 하는 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사람이나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가슴을 때리는 멜로물이 28일 개봉된다. 수백만 독자의 심금을 울린 베스트셀러 소설`국화꽃 향기`를 스크린에 옮긴 동명의 영화다. `사의 찬미` `사랑하고 싶은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정글 스토리`등의 조감독 생활로 오래도록 내공을 다진 이정욱감독의 데뷔작이다. 영화는 원작의 얼개를 그대로 따오면서도 주인공의 캐릭터와 배경을 조금씩 변주했다. 조건이 완벽해 모든 여자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한 남자를 미국의 오랜 이민생활로 인해 한국에 대한 역사와 문화가 낯설어 어리숙하지만 순수한 성격으로, 영화감독이던 여자의 직업을 북디자이너로 바꾸었다. 소설속 여자는 당차고 의지가 강했다면 영화에서는 교통사고후 현실도피적으로 바뀐다. 전반부 희재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야 했다면 후반부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성숙한 캐릭터로 그렸다. 때문에 희재는 사랑하는 인하와 아이를 남겨둔 채 떠나야 하는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태어날 아기에게 남겨줄 책을 만들기도 한다. `소름`과 `오버 더 레인보우`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장진영과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질투는 나의 힘`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박해일의 안정된 연기를 만날 수 있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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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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