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장에서 안 먹히는 저금리정책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엊그제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시장을 보면 저금리시대가 끝났다”고 한 발언을 두고 향후 금리방향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금리정책이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결정에 앞서 시장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줌으로써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금리정책은 사전예고기능이 없고 메시지도 분명하지 않아 시장이 혼선을 빚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이번 금통위의 금리정책결정 후에도 박 총재의 애매한 발언으로 시장은 또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박 총재가 기자회견 후 오찬에서 “저금리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는 발언이 시장에 전해지자 콜금리동결 결정으로 안정을 유지하던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큰 혼란을 빚은 것이다. 결국 실무당국자가 박 총재의 발언이 와전됐다며 부랴부랴 해명에 나섬으로써 시장은 다시 안정을 되찾기는 했다. 금리ㆍ통화ㆍ부동산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결정은 시장의 변화를 미리 예측해 신중해야 하고 정책당국자의 발언도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금통위의 메시지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경제 주체들이 정책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제의 예측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따로 놀아 가격조절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금리를 결정할 때에는 경제의 펀더멘탈, 자금수급동향 등 경제적요인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적 요인 외에 정치적인 판단까지 개입되다 보니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벌어지고 있다. 이를 테면 콜금리가 9개월째 3.25%로 묶여있는 반면 시장의 지표금리인 3년짜리 국고채금리는 4.4% 안팎으로 1%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금리괴리로 채권형수익증권의 환매가 늘어나는 등 채권시장이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 가계대출금리도 정책금리인상에 앞서 벌써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화당국은 시장이 예측할 수 있도록 금리정책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시장에 끌려가기보다는 시장을 이끌어가는 선제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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