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태권도 문대성 금메달 획득 순간

너무 빨랐다. 문대성(28.삼성에스원)의 왼발이 찰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낸 뒤 그리스의 태권도스타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가 매트에 고꾸라지자 열광하며 그를 응원하던 수천명의 홈 팬들은 영문을 모른 채 일시에 침묵했다. 주심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니콜라이디스에게 다가가 카운트를 시작하다가 경기 종료를 선언하자 그제야 그리스 관중은 그들의 희망 니콜라이디스가 KO패한 것을알아차렸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짧고도 화려한 승부는 그러나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준결승에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 3위 파스칼 젠틸(프랑스)을 맞은 문대성은 1라운드에서 1-2로 뒤지다 5-3으로 힘겹게 역전승했고 이때 접질린 왼쪽 무릎은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시큰거렸다. '반드시 결정타를 날려 일찌감치 승부를 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했기에 문대성은 눈을 지그시 감고 속전속결의 의지를 다진뒤 매트에 올랐다. 1라운드가 시작하자마자 거세게 달려나온 것은 그러나 오히려 니콜라이디스였다. 홈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업은 니콜라이디스는 큰 동작의 발차기로 문대성을 압박했으나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문대성은 오른발 받아차기로 간단히 1점을 획득했고 다급해진 니콜라이디스가안면공격을 잇따라 시도할때 차근히 역습 기회를 노렸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1라운드가 시작한지 1분50초께. 니콜라이디스가 만회를 위해 앞차기를 시도하는 순간 기다렸다는듯 문대성의 왼발이 전광석화같이 180°회전하며 니콜라이디스의 안면을 강타했다. 고꾸라진 니콜라이디스의 눈동자는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 카운트를 하던 주심은 더 이상 경기 진행을 할 수 없음을 판정, 문대성의 KO승을 선언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때가 경기 시작한지 불과 2분10초. 매트에서 내려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숨을 헐떡이는 니콜라이디스를 부축해서안아주며 함께 손을 치켜드는 문대성의 모습을 지켜본 그리스 관중은 승자와 패자가하나가 되는 멋진 장면에 오랫동안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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