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센터'를 가다

20년이상 지난 올드카 원형 그대로 복원·수리<br>시중서 구할수 없는 부품 판매…고객이 맡긴 차량 대신 팔아줘<br>120년 역사담긴 설계도면 보관…회사소유 클래식카 시승 제공도



독일 남부도시 슈투트가르트(Stuttgart) 외곽의 펠바흐(Fellbach). 이 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자동차를 복원하는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센터’(MBCC)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93년 문을 연 MBCC는 생산이 중단된 지 최소한 20년 이상 지난 자동차인 ‘올드 타이머’(Old-Timer)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거나 수리하는 곳이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부품을 판매하거나 고객이 맡긴 차량을 대신 팔아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MBCC는 2층짜리 현대식 건물에다 튀지않은 외양을 갖추고 있어 정면에 그려진 구식 경주용차를 제외하면 주변의 여느 건물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수십년전 자동차 판매장에 들어선 것으로 착각할 만큼 클래식카들이 방금 출고된 것 같은 자태로 줄지어 서 있다. 센터 입구에서 기자를 맞이한 토비아스 발부르그 씨는 “평범한 차를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클래식카라고 부르진 않는다”면서 “클래식카라는 명예를 안기 위해서는 당대 최첨단 성능과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이력, 명성에 걸맞는 높은 가격 등의 특성을 지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차는 칼 벤츠가 세계 최초로 제작한 페이턴트 모터카의 복제품이다. 커다란 플라잉휠을 손으로 돌려서 시동을 걸어야 했지만 100년전 자동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속 40㎞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설명에 놀라울 따름이다. 다만 당시에는 연료통이 별도로 없어서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연료를 부으며 운전했다고 한다. 또 6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경주용차 300 SL 걸윙(Gullwing)은 4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명차로서의 대접을 받으며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전시실을 지나면 소규모 작업장들이 펼쳐진다. 한쪽에서는 시가 30억원을 호가하는 레이싱카가 전문가의 손길에서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으며 다른 작업장에서는 요르단 황제의 방탄차가 한창 수리 중이었다. MBCC가 100년 전에 제작된 차량을 수공으로 별 문제없이 복원할 수 있는 비결은 1923년부터 보관해온 각종 자료들에서 나온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 지하벙커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차량과 각종 서류를 나눠서 보관할 정도로 자료보관에 철저했기 때문. 현재까지 보존된 자료는 2m 높이 선반에 늘어놓으면 길이가 9㎞를 넘을 정도라고 한다. 이 중 사진이나 그림은 무려 150만점에 이른다. MBCC 가이드를 맡고 있는 볼프만 쾨르너 씨는 “벤츠 박물관에 소장된 차량(160대)의 대부분이 MBCC 기능공의 손을 거쳐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전시된다”면서 “벤츠 공장에서 선발된 수리기능공의 노하우와 차량의 정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자료가 있어서 거의 모든 올드카의 수리와 복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MBCC에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3만5,000종의 차량 부품을 갖추고 전세계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수십년전 협력업체라도 일일이 수소문해 필요한 부품을 주문한 뒤 자체 검사를 거쳐 조달하고 있다는 게 쾨르너씨의 설명. 작업장을 거쳐 각종 공구를 모아놓은 방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재봉틀이 눈에 띄었다. 과거에는 재봉틀로 일일이 가죽을 박아 시트를 제작했는데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아직도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MBCC에서는 회사 소유의 클래식카를 시승할 기회도 제공한다. 기자는 63년식 220Seb 카브리올레와 68년식 280SL 로드스터를 직접 운전하는 행운을 잡았다. 220Seb는 미끈한 외관에다 최대출력 120마력의 파워를 갖춘 차량으로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속 100㎞를 거뜬히 주파했다. 또 자동변속기를 채용한 280L 모델은 귀를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170마력의 파워를 과시하는 듯한 엔진음이 인상적이었다. 또 날렵한 핸들링은 세대를 뛰어넘어 젊은이들의 마음을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했다. 특히 명차는 세월이 흘러도 명차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감동이 전해졌다. 120년 자동차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MBCC를 둘러보면서 비록 자동차 역사는 짧지만 세계 자동차 강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한국에도 이 같은 명소가 이제는 하나쯤 있어야하는 게 아닐까라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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