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진정한 개혁은 소신있어야 가능

얼마 전 유럽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다. 유럽의 고도(古都)들을 여행하며 두 가지에 크게 놀랐다. 몇 백년씩 된 고도가 현대문명과 한치도 어긋나지 않고 어울릴 수 있다는 것과 건물에 질서 정연하게 정리된 간판이 그것이었다. 특히 파리와 로마 같은 국제적인 도시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그 흔한 발광다이오드(LED) 광고판 하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건물마다 특정 위치에 적당한 크기로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간판은 간판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적 코드 같아 보였다. 우리는 어떠한가.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빌딩마다 형형색색으로 다닥다닥 붙은 간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크기와 색깔은 강렬하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는 마치 어미 새의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목을 길게 빼고 소리치는 어린 새 같은 처절함과 절박감이 넘쳐 난다. 지난해 월드컵을 앞두고 정부에서는 대대적인 간판 정비작업에 들어갔었다. 건물마다 규정에 어긋나는 간판들을 떼어내고 특정 컬러를 사용하는 간판을 규제했다. 한 다국적 기업에서는 로고로 사용하고 있는 특정컬러의 간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도 항의했다는 후문도 들었다. 저녁뉴스 시간에는 간판을 규제하는 구청직원들과 업주사이의 다툼과 애로를 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계절이 지난 지금, 거리는 한결 깔끔해지고 정돈되어 보인다. 덕지덕지 앉아있던 간판이 일정한 규격으로 통일되고 안정감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소신을 가지고 일한 사람들 덕분일 것이다. 새해에도 이런 일들을 기대해 본다.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고 여기저기서 개혁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한 목소리들이 소신 있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과거의 잘못은 과감히 반성하고 새로운 개선점을 합리적으로 꼼꼼히 찾아 그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올바르다면 과감하게 추진되었으면 한다. 또 그 동안에 팽배했던 이기주의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배척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내 아이가 내 나이가 되었을 때에는 더 이상 전쟁의 위협에, 이기주의로 인한 반대를 위한 반대에 시달리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앞날에 대한 꿈과 희망에 대한 소신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추은영(교보증권 홍보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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